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또 큰절을 했다. 지난 6월28일의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온라인 투표 시스템 오류로 당 지도부 경선이 전면 중단된 데 대해 사과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로 인한 통합진보당의 위기가 꼬여만 간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난국인가 파국인가. 통합진보당 두 세력의 ‘치킨게임’이 6월26일 비례대표 경선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한층 가열되고 있다. 다음날 불거진 당 대표 선거 전면 중단 사태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투표 시스템 오류 탓에 애초 6월30일 마무리될 예정이던 선거는 7월 초순 이후로 미뤄졌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강기갑 후보와 당권파의 지원을 받는 강병기 후보, 둘 중 누가 이기더라도 통합진보당이 난국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지, 파국을 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1만7천명 투표값 날리고 원인도 몰라
당 내부를 수습할 계기로 꼽히던 당 대표 선거의 중단 사태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투표율 30% 상태에서 1만7천여 명의 투표값이 몽땅 날아갔다. “알 수 없는 이유”라고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안 한다”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 직후의 비판이 되풀이됐다. 다만, 공수가 바뀌었다. 당권파는 선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혁신비대위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강기갑 후보의 박승흡 대변인은 “부정·부실 선거 트라우마 때문에 서버를 봉인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예상됐던 대로, 2차 진상조사 특위 조사 결과는 ‘수용’되지 못했다. 똑같은 사실을 놓고 각자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모두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당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비당권파의 주장과, 2차 진상조사도 편파적이고 부실해 인정할 수 없다는 당권파의 주장이 1차 조사 때처럼 평행선을 달렸다.
2차 진상조사 결과는 “선거의 절차와 원칙이 심하게 훼손돼 현장투표와 온라인투표 모두 부정을 방조한 부실선거”라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당권파 소속 당직자가 중앙당 컴퓨터에서 미투표자 현황을 경선 기간에 1484번 열람했고, 국민참여당계인 오옥만 후보 쪽은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6019번이나 미투표자 현황을 조회했으며, 현장투표에서도 투표 담당자 서명 모방 등 각종 부정·부실 사례가 드러났다. 유시민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떤 조사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당권파를 비판했다. 비례대표 경선의 진상을 놓고 벌이는 공방은 이미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선거 부정·부실이라는 민주주의 절차 문제를 ‘관행’이라고 치부하던 당권파는 이제 ‘잘못의 크기’를 둘러싼 정치 공세에 몰두하고 있고, 보수세력의 종북몰이와 당 대표 선거 중단 사태 등이 겹쳐 사태는 꼬일 대로 꼬였다.
“제명안 새누리당, 민주당 공동 발의”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검찰은 6월28일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던 선거 기획·홍보 업체 씨앤커뮤니케이션즈 금영재 대표와 직원들을 체포했다. 검찰은 이 업체가 2010년 지방선거 때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냈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시 회사 대표는 이석기 의원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6월29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과 관련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을 양 교섭단체별로 15명씩 공동 발의해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스스로 문제를 깨닫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통합진보당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6월26일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3.1%를 기록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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