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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발 앞선 새누리당

[정치] 여야 쇄신 경쟁에서 비교 우위 선점해… 이재오 의원 공천 확정하고 전략지역 세 다지며 상승 곡선 그리지만 친이계 반발 변수
등록 2012-03-08 17:39 수정 2020-05-03 04:26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2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차 공천자 명단은 새누리당 공천 쇄신의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2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차 공천자 명단은 새누리당 공천 쇄신의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새누리당은 4·11 총선을 앞둔 여야 쇄신 경쟁에서 일단 비교 우위를 점했다. 민주통합당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박한 평가를 먼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확정한 대목이 ‘결정적 한 수’였다. 공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사퇴를 시사하는 등 당내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동시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치적 운신의 폭을 상당 부분 확보하게 됐다. 이재오 의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물론 이명박 정권 내내 박 위원장과 대립해왔다. 지역에서 이 의원의 밀착도가 높아 다른 대안도 찾기 어려웠다. 이재오 의원과 함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전재희 의원(경기 광명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부천 소사) 등 친이계 인사들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지었다. 이들을 공천하며 박근혜 비대위는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계파 학살’ 논란을 비켜가는 한편, 친이계의 다른 인사들을 쳐낼 명분도 확보했다.

‘친이계 무소속’ 행보 쉽지 않을 듯

물론 ‘약한 고리’는 존재한다. 우선 친이계 인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상당수 인사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신이 출마한 서울 종로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자 “불공정 경선이나 낙하산식 공천이 이뤄지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무소속 출마도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맞아 죽더라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지, 왜 친박의 심판을 받느냐”라며 “이 정권이 끝난 뒤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정권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심에 역류하는 주장인데, 새누리당으로선 분란의 씨앗이다.

안상수 전 대표는 친이계 인사들의 ‘무소속 연대’ 결성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자신의 지역(경기 과천·의왕)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된 것에 반발하며 “누군가 안상수 죽이기에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전국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한번 해봐라’고 원한다면, 그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친박연대’와 비견할 만한 ‘친이연대’ 결성도 불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장광근 의원(서울 동대문갑)도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판결이 나오는 시점(3월15일) 이후로 공천을 미루지 않는다면 무소속 출마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공천 쇄신의 리트머스시험지가 될 영남권 공천에서 배제된 상당수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박주원 전 안산시장(안산 단원갑), 최고병 전 구리시의회 의장(구리·남양주) 등 여권 출신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친이계의 공천 학살’ 프레임이 작동하며 친박계 무소속, 혹은 친박연대 소속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던 2008년의 상황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동관 전 수석이 봉사했던 정권은 6·2 지방선거 뒤 재보선 등을 통해 누차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았다”며 “더 이상 어떤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이런 친이계의 집단적 반발을 조직하고 내전을 진두지휘해야 할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이재오 의원이다. 그는 자신의 공천이 확정된 이후 공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며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정권 심판론은 ‘친이계 무소속’의 행보를 가로막는 근본적 요인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들이 도대체 뭘 계승하고 어떤 깃발을 내세우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미 누더기가 돼버린 깃발이라는 이야기다.

분열 조짐 보수, 단일화하나?

‘보수의 대안’임을 자처하는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박세일 대표는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5년, 세종시법 처리에 반발해 의원직을 내던진 인사다. 그는 3월2일 친박계 이혜훈 의원의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 도전장을 내밀며 “서초갑이 새누리당의 오랜 텃밭인 것을 알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어가길 포기하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는 국민을 속이는 인기영합주의와 포퓰리즘 정책만 난무하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며 “더 이상 정치가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이 되거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국민생각은 김경재(서울 영등포을), 박계동(서울 송파을), 이원복(인천 남동을), 배일도(경기 남양주갑) 전 의원 등이 포함된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수지)에 밀려 낙선한 친이계 윤건영 전 의원이 맡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신설 정당으로서 인지도가 높지 않고, 그다지 새로운 인물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생각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불과 2~3%대의 보수표를 잠식하더라도 접전지에서는 당락 자체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생각은 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어떤 식으로든 단일화 내지 연대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3월 첫 주말 대구·경북, 부산·경남을 대상으로 한 2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다. 애초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새 피 수혈’ 전략으로 ‘현역 의원 25% 공천 배제 원칙’과 ‘전략지역 개념 확대’를 천명했다. 경쟁력 등을 고려해 현역 의원의 4분의 1을 잘라내겠다는 말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현역 교체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남권에서도 이에 준하는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위원장 본인도 부산과 충북에 이어 강원도를 방문하며 지역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

영남 물갈이 임박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기대감은 고점을 찍었고,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도 저점을 찍었다”며 “쇄신 경쟁의 시험대는 민주당의 경우 호남, 새누리당은 영남이 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이 호남에서 얻을 쇄신 효과보다 새누리당이 영남권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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