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1월27일 전격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서 정권을 탄생시켰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이자 최장기 국무위원으로서 3년10개월 동안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방통대군’의 씁쓸한 말로인 동시에 명백한 불명예 퇴진이다.
“사퇴 배경? 상상력으로 해석해라”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저의 사임 발표가 갑작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제가 떠나야 할 때”라며 “이제 모든 육체적·정신적 정력을 소진했기에 표표히 떠나고자 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사퇴는 측근비리, 오만한 월권 등 자초한 잘못 때문이다. 최 위원장의 양아들로 전해진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이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에는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여기에 보수 언론의 종합편성채널 설립을 위한 2011년 7월 미디어법안 강행 처리 이후 국회 문방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종편 돈봉투’ 의혹까지 제기되자 그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최 위원장은 “말이란 참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통위 조직 전체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사퇴한다는 주장이다. 사퇴 배경을 묻자 “기자 여러분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해석해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저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일었던 ‘방송 장악’ ’언론 통제’ 논란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종편 특혜 논란을 두고도 “다소의 반대가 있었지만 방송산업 개편을 시도했고, 스마트 혁명의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혹시라도 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된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부덕한 탓인 만큼 깊은 혜량을 바랄 뿐”이라면서도 “방통위원장으로 취했던 저의 선택과 결단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국민들과 역사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설 연휴 직후인 1월2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처음에는 말렸다”며 “하지만 이 시점에 자신이 물러나야겠다는 뜻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사의를 수용하고 대단히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설 연휴 직후 MB에 사의 밝힌 듯
그러나 그의 사퇴가 의혹에 마침표를 찍어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 위원장 본인을 각종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는 야당은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최시중 청문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통합당 소속 국회 문방위 의원들은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엄중 수사와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도 “최 위원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마땅한 곳으로 가야 할 것”라며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꼬집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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