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가 이르면 10월4일 탈당한다. 조 전 대표는 9월29일 과 만나 “난관에 부딪힌 진보정당 통합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 10월4~6일께 진보신당의 전·현직 시·도당위원장 등 20여 명과 함께 탈당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통합파) 당원들이 진보신당을 통해 뭘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나는 진보 통합을 책임지고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통합의 흐름을 만들려는 힘이 유실되지 않고 제대로 모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지금으로선 진보신당이라는 틀로 뭘 더 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진보정치 진영 지각변동 예고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가 탈당한 지 10여 일 만에 조 전 대표까지 당적을 정리하면, 진보신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보신당에선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독자파와 통합파가 대립해왔다. 그런데 9월4일 진보신당 임시 당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자, 통합파 당원들이 탈당하기 시작했다. 특히 9월25일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양쪽이 고성과 욕설까지 주고받는 등 극심한 갈등이 표출된 뒤 탈당자는 더욱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 전 대표의 탈당은 통합파의 연쇄 탈당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조 전 대표의 탈당은 또한 진보정치 진영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그는 이미 지난 9월8일 노·심 전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 90명과 함께 “진보신당의 임시 당대회 결정은 진보정치의 대통합을 바라는 많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통합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에 통합연대 사무실도 마련했다. 그는 “그간의 논의에 기초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 안에서 통합연대와 민주노동당, 시민사회 세력이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합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연말까지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을 만드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그간의 논의’란 5월31일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과 그에 기초한 8월28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합의문’ 등을 일컫는다. 앞의 합의문은 두 당의 통합 합의가, 뒤의 합의문은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에 대하여 합의하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하되,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새통추에 참가한 개인과 세력을 중심으로 창당한다”가 핵심이다.
두 당의 통합엔 민주노동당과 통합연대 등 진보신당 통합파 사이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국민참여당이다. 통합연대 등은 국민참여당을 진보 통합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새통추 참여에 반대한다. 통합연대는 이미 “국민참여당의 갑작스런 새로운 진보정당 참여 논란은 진보정치 세력과 민중운동 세력의 분열·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이냐 사분오열이냐
반면 민주노동당의 사정은 복잡하다. 진보신당이 통합 자체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면,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 때문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갈등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이다. 지난 9월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표결한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의 핵심이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한다’였던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격론 끝에 통합안은 부결됐다. 소속 의원 6명 가운데 이 안에 찬성한 사람은 이 대표와 김선동 의원 두 사람뿐이었다. 반대표를 던진 권영길·강기갑 의원과 천영세 전 의원 등 전직 대표 3명은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면 진보의 반쪽을 버리는 것”이라고 당원들을 설득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된 뒤 이정희 대표는 사퇴 뜻을 내비쳤지만, 당권파들이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당권파 쪽도 ‘이정희 책임론’을 제기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이 대표는 9월28일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대회 부결의 의미를 깊이 새겨 대의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성실히 일하겠다. 제 뜻, 제 판단은 뒤로 미루어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참여당 변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은 당대회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참여당의 진보 대통합 합류 문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뺄셈의 정치,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정치야말로 우리를 앙상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통추에서 진행되는 통합은 민주노동당 재창당 방식이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지도부가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새통추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당면 과제를 일사불란하게 결정하는 지도력과 집중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통추에서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권파들은 대체로 김 위원장의 주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연대가 통합 논의를 재개하더라도, 국민참여당 문제로 또다시 격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조 전 대표는 “국민참여당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1+1’이 1이 아니라 4가 되는 것까지도 각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가 무산돼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비당권파, 진보신당 통합파와 독자파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되더라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합과 사분오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들은 내년 4월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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