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오른쪽)와 변호인 최강욱 변호사(왼쪽)가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 수사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낸 ‘참여정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의뢰’로 시작됐지만, 김씨는 이와 전혀 무관한 횡령 혐의로 지난 5월18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한겨레 이종근
권력이 이렇게 무서운 것일까.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전 KB한마음 대표)씨를 횡령 혐의로 지난 5월18일 불구속 기소했다. 정권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연루 의혹을 비롯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몸통’은 하나도 밝혀내지 못한 바로 그 검찰이 피해자 김씨에게 또 한 번 칼을 꽂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배성범 부장검사)가 밝힌 공소사실은, 김씨가 KB한마음 대표로 있던 2005년 3월부터 2008년 9월까지 8750만원을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 협의 없이 은사의 병원 치료비, 지인들과의 회식비 등으로 사용해 횡령했다는 것이다. 횡령 혐의는 2008년 9월부터 김씨를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하 지원관실)이 일방적으로 씌운 ‘누명’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지원관실이 횡령과 이명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김씨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횡령과 관련해 아무런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명예훼손 혐의로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나마 명예훼손 혐의를 놓고도 검찰은 지난해 9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더구나 이번 수사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낸 수사 의뢰로 시작됐는데, 핵심은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흘러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사실에 이런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김씨의 변호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수사는 목표가 있고 그에 대해 답을 내놔야 되는데,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그러지 않았다”며 “조 의원이 수사 의뢰 관련 기자회견을 했을 때 나한테 전화해 ‘명백한 명예훼손인데 가만히 계실 거냐’고 했던 게 바로 검찰(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었다”고 말했다.
설사 횡령 혐의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낯이 서는 건 아니다. 우선 검찰이 “이사회 의결이나 임원들과 협의 없이” 김씨가 회삿돈을 썼다고 주장하는 대목은, 당시 김씨가 회사 지분의 75%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궁색하다. 또한 횡령 혐의를 받는 8750만원은 3년6개월 동안, 곧 한 달에 200만원가량 쓴 돈이다. 기업 관련 횡령 규모가 수억~수천억원인 통상적인 검찰 수사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액수다.
게다가 KB한마음은 연매출이 200억원 넘는 회사다. 김씨는 대표이사로 있으며 별도의 판공비를 책정하지 않는 대신 그 돈을 사용했다. 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구체적인 정의를 실현한다는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검찰은 돈의 용처를 밝혀내려고 자녀를 결혼시킨 김씨 지인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축의금으로 얼마를 받았느냐”고 샅샅이 조사했다. 검찰이 그렇게 물어올 때, 편한 마음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종익씨 기소와 관련해 또다시 ‘청부수사’ ‘윗선의 지시’라는 의구심이 드는 건 이런 이유 탓이다.
김씨는 5월12일, 자신을 ‘참여정부 비자금 관리인’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전혁·김무성·고흥길·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을 고소했다. 또한 이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인터넷에서 김씨를 비방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수사 의뢰 등도 검토하고 있다. 최강욱 변호사는 “검찰은 김종익씨한테 했던 것과 똑같이 조전혁 의원 등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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