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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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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안? 제 점수는요, 3.75점입니다”

사법개혁안에 낙제점 내린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4인

“전관예우 금지 방안은 그나마 긍정적 평가”
등록 2011-03-23 16:57 수정 2020-05-03 04:26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3월10일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판검사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청 설치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 △대법관 6명 증원 △전관예우 1년 금지 등이 사법개혁안의 핵심이다. 사개특위 소속 ‘6인 소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나온 이같은 개혁안을 4월30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법개혁안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쪽은 검찰이었다. 검찰은 개혁안 발표 직후 긴급 간부회의와 전국 고검장회의를 잇따라 열고 “합의안을 전면 거부한다”며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여야 지도부는 6인 소위가 자신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일을 너무 성급하게 벌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 등 검사 출신 몇몇 인사는 “내가 핫바지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개혁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동안 검찰 개혁 등 사법제도 개혁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와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 최근 발간된 (삼인 펴냄)을 함께 쓴 4명의 저자가 3월14일 을 찾아 이번 사법개혁안을 평가했다. 검찰 출신 김희수 변호사와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다.
4명의 전문가가 사법개혁안에 내린 점수는 낙제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평균 3.75점(10점 만점)이었다. 김희수 변호사는 “입맛만 다신 개혁안”이라고 꼬집으며 가장 낮은 2.5점을 줬고, 하태훈 교수는 “중수부 폐지에 방점을 두면 그런대로 점수를 줄 수 있다”며 ‘가장 후한’ 5점으로 평가했다.






검찰 권력을 비판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쓴 4명의 저자는 사법제도 개혁안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왼쪽부터 김희수 변호사, 하태훈·서보학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한겨레21 류우종

검찰 권력을 비판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함께 쓴 4명의 저자는 사법제도 개혁안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왼쪽부터 김희수 변호사, 하태훈·서보학 교수,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한겨레21 류우종

“차라리 지금 중수부가 낫다”

최성진(이하 최) 사개특위가 내놓은 사법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희수(이하 김) 사법개혁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검찰 개혁은 권력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핵심이다. 공직비리수사처든 특별수사청이든, 애초에 별도의 수사기구를 만들자고 한 의도는 검찰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수사청을 만든다고 하면서 ‘판사와 검사’로 수사 대상을 제한하면 검찰의 폭주를 제어할 수 없다. 점수로는 10점 만점에 2~3점 수준이다. 입맛만 다신 개혁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창익(이하 오) 나는 4점이다. 내용을 따지면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데, 그래도 사법개혁이라는 의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오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태훈(이하 하)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방점을 두면 점수를 그런대로 줄 수 있다. 그런데 중수부 폐지의 대안으로 대검에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것이라면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가 빠진사실도 문제다.

서보학(이하 서) 나도 3~4점 정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일단 선출된 권력(국회)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검찰)을 입법을 통해 통제하겠다고 나선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더 구체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을 모두 외면했다. 특별수사청만 해도 본질에서 빗나간 대표적 사례다.

특별수사청이 왜 문제인가.

애초 공직비리수사처에 대한 요구가 왜 나왔는지 국회가 헤아려야 한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공직자, 경제사범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된 수사기관을 만들자고 한 건데, 사개특위 안은 마치 판검사 비리가 가장 큰 문제인 것처럼 논점을 흐렸다.

아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엉뚱한 제도다.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기관인데 대검 안에 설치하겠다는 것부터 이상하고, 왜 유독 판검사만 특별수사를 받아야 하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어떻게 이런 제도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선출된 권력과 맞먹는 검찰”

검찰 안에 설치하면 안 될 이유가 뭔가.

그러면 지금 중수부가 수사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 안에서 독립성을 확보한다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수사 대상만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수부는 그렇게 안 해서 문제지만, 검찰이 하려고 한다면 삼성 관련 수사든 현직 대통령 형님에 관한 수사든 얼마든지 할 수는 있다. 특별수사청이 출범해 주로 판검사 범죄 수사를 맡고 나머지 사건은 국회가 넘겨주는 것만 하겠다면, 결국 국민에게 손해다.

검찰이 사법개혁안에 가장 반발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검찰 반응을 어떻게 보나.

어느 조직이든 의견을 밝힐 수는 있다. 다만 우리 검찰에게도 그런 자격이 있는지 검찰 스스로 반문해봐야 한다. 검찰은 법률로 보장받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번 촛불시위였다. 3천 명 가까운 사람을 기소하면서도 시위 참가자나 민간인, 심지어 변호사를 폭행한 경찰에 대해서는 겨우 단 한 건만 기소했다. 여대생을 군홧발로 폭행한 의경이었는데, 그나마 약식기소였다. 이런 검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검사들끼리는 내부적으로 ‘경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미 권력의 풍향계가 어느 쪽에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을 구성해 올리면 이를 뒤집을 생각도 못한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개혁안이 나오자마자 검찰이 고검장 회의를 열고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는데, 그게 오늘날 검찰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행태다. 검사라면 누구보다 법률을 잘 아는 전문가인데, 개혁안에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전면 거부’ 식으로 나오는 것은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이다.

검찰이 “합의안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법개혁안은 어떻게 되는 건가.

입법 기능은 입법부 고유의 권한이다. 관련 기관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거기에 귀속돼서는 안 된다. 만약 국회의원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해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머뭇거린다면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미 그렇게 해서 실제적인 영향을 미쳤다. ‘6인 소위’의 발표 직후 김무성·박지원 등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좀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물러섰다. 여당 안에서도 검사 출신 박민식 의원이 반발하는 등 분란이 생기고 있다. 그런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사법개혁안이 적어도 여야 합의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검찰의 대응이 흔들어버렸다. 검찰의 정치적 대응이 성공한 것이다.

검찰이 선출된 권력과 맞먹는 대응을 한 거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검찰의 위상과 파워를 보여줬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나.

사개특위 개혁안을 보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달라질 게 전혀 없다. 수사권에 관련한 기본법은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196조다. 수사의 주체는 검사이며,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걸 건드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청법 53조, 즉 검찰의 수사 지휘와 관련한 경찰의 복종 의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근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항이라 삭제하는 게 당연하다. 검사에 의한 수사 왜곡을 막고 경찰이 검사 비리도 수사할 수 있게 하려면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일정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경이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요구와 검찰청법 53조는 전혀 관계가 없다.

김준규 검찰총장(가운데)이 3월11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빠져나오고 있다.한겨레 김명진

김준규 검찰총장(가운데)이 3월11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빠져나오고 있다.한겨레 김명진

발전한 ‘전관의 기술’ 막을까

법원개혁안은 어떻게 봐야 하나.

사법부의 기분만 나쁘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관을 6명 증원해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늘린다고 해지금의 과도한 사건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법원개혁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관 증원으로 대법원의 사건 부담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급심을 강화해 무익한 상고심을 억제하는 대신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법원개혁안은 나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사법개혁안 가운데 긍정적으로 볼 만한 부분은 없나.

전관예우 금지는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판검사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면 최종 근무지의 민사·형사·행정 등 모든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는데, 사개특위가 내놓은 합의안 가운데 가장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시민위원회 설치도 제도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운영의 문제가 있다. 예컨대 시민위원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따라 검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적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전관예우 금지 방안은 반드시 국회를 통과했으면 한다. 법원과 검찰에 있는 사람은 반대하겠지만, 일선 변호사는 오히려 찬성한다. 전관예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지고 사법 불신이 심해진다. 상대 쪽 변호사가 전관 출신인데 만약 판결이 나에게 불리하게 나왔다면 누가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겠나. 더 근본적으로는 검사나 판사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전관의 기술’도 발전했다. 전관의 경력을 갖고 일반 기업에 채용되기도 하고 로펌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령 고등법원장을 지낸 전관 출신 변호사라면 수임료로 1년에 20억원 정도 버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상식을 복원하는 것이다.

전관예우 금지 방안의 의도는 좋다. 다만 문제는 고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변론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일일이 선임계 내고 변론요지서 내면서 사건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다. 거의 구두변론이다. 예컨대, 자신이 검사장 출신이라면 해당 사건 담당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좀 봐달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러면 해당 검사장은 담당 부장검사, 부장검사는 주임검사를 차례로 불러 이야기하는 시스템이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사법개혁안이 전관예우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의 뜻을 아나”

사법개혁안이 과연 4월까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 보나.

불가능할 것이다. 입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 시도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법개혁안을 내놓은 건 검찰에 일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상당히 어렵다. 합의안이 나오자 여야 모두 다른 소리를 내놓고 있어 4월3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것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4월 재보선도 있다.

민주당의 역할이 아쉽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냈는데, 민주당은 단 한 번도 검찰 개혁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았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지금까지 숱한 논의를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야당다운 야당의 역할이 너무나 아쉽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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