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시작된 ‘지방선거 대연합 연쇄 인터뷰’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다. 2010연대 운영위원 자격으로 5개 야당과 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5+4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지방선거 대연합 논의를 주도하는 핵심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09년 11월 출범한 2010연대는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최민희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이 함께 이끌고 있다. 5+4회의에는 2010연대를 비롯해 희망과 대안, 시민주권, 민주통합시민행동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박석운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정치 연합을 통해 진보·개혁 진영 내 다수 세력의 집권 전략과 소수 세력의 교두보 확보 전략이 동시에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 하나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묻지마 단일화’가 아닌 ‘정책 연대’를 이뤄야 한다는 사실을 함께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선거 연합을 위한 야권 및 시민사회단체의 논의와 별개로 범국민운동기구 등을 통해 광범위한 유권자운동도 함께 벌이겠다”고 말했다.
-2010 지방선거 대연합을 추진하는 목적은 뭔가.=MB 정부 심판이다. 심판을 통해 지방정부와 민생을 살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2008년 100만 촛불로 국민의 뜻이 표현됐지만 MB 정부와 한나라당에는 마이동풍이었다. 촛불 시민에게 비열한 방법으로 보복을 가했다. 국민은 이런 MB 정부 응징을 위해 벼르고 있는데, 심판 방법이 없으니 그 뒤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진보·개혁 세력이 제각기 나뉘어 있으니, 일단 실현 가능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일정 부분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나. 중도·실용 노선과 친서민 행보가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우리 쪽 대안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쪽저쪽 모두 민생과 일자리 창출을 외친다. 일반 국민이 봐서는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 진짜 민생정책이 뭔지, 진짜 일자리 대책이 뭔지 진품을 제시해야 ‘아, MB 정부는 짝퉁이었구나’ 느낄 것이다. MB식 중도·실용은 일반 국민의 착시를 유도하고 있다. 조·중·동 등 수구 언론과 MB가 장악한 방송이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대안이 뭔가.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 아닌가.=그래서 정책 연대를 해야 한다. MB 심판적 공동의 정치 강령을 채택하는 한편, 지방선거 특성상 지방 민생 의제와 개혁 의제, 자치 의제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제 각 단위별 혹은 단위 간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5+4회의에 참여하는) 4개 시민사회단체에서 자체 토론회도 열지만 1월 말부터 모두 세 차례 합동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1·2회는 지방선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보·개혁 의제에 대한 토론회다. 여기서 구체적 공약이 형상화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발제하고 정당이 토론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세 번째 토론회는 지방 공동정부 구성 및 운영 방안에 대한 토론회다. 이와 별도로 지역 의제 발굴과 지방 풀뿌리 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역 순회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선거 연합과 관련된 논의는.=그건 정치 협상이 될 텐데, 진짜 역사상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최소 5차 방정식 이상의 간단치 않은 문제다. 어쨌든 이를 진행하는 주체는 정당이 돼야 한다. 4개 시민사회단체는 입회해서 촉진하고 중재하고 한편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5+4회의에 시민사회가 참여한다고 하는데 정작 시민은 선거 연합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그런 부분도 논의되고 있다. 광범위한 유권자 운동이 벌어질 것이다. 정치 협상의 경우 정당이 주전으로 뛰고 4개 시민사회단체가 촉진자 역할을 한다면, 유권자 운동은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된다. 선거 연합을 촉진하는 역할, 그리고 좋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좋은 후보 발굴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선거 참여 운동이다. 선거 연합 과정에서 정치 협상과 유권자 운동의 영역은 상승작용을 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박 대표가 정책 연대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5+4회의에서도 진보신당이 말하는 정책 연합보다는 연대의 방법론 등 선거공학적 논의에 치우치고 있는 것 아닌가.=그렇지 않다.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진보대연합과 (민주당 등이 주장하는) 반MB연합에 대한 논쟁이 많지만 나는 두 가지 모두 맞다고 생각한다. 양자택일의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 두 가지 모두 해야 한다. 특히 진보대연합은 기본적 과제다. 합법의 탈을 쓴 유사 독재체제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노동자와 서민, 농민 등이다. 진보 세력이 불합리한 현실을 척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분당된 상태로는 대중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 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
-대연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모두 동의하지만 지방선거 이전에 하느냐 이후에 하느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진보 정당 통합’이라는 개념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깨진 그릇인데 억지로 다시 붙이려 하기보다 새로운 진보 정당, 제2의 진보 정당 건설운동 방향으로 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것도 이거다. 다만 지방선거 이전에 제2의 진보 정당을 건설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지방선거 전까지 우선 두 정당이 단순한 선거 연합 수준을 뛰어넘어 ‘공동선거운동본부’ 등 좀더 밀착된 형태의 공동기구를 만들어 선거에 함께 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법이라고 본다.
-1992년에도 전국연합과 민주당의 민주대연합 논의가 있었다. 1997년 이른바 DJP연합도 있었다. 모두 소수파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원래 선거 연합이란 다수 세력의 집권 전략과 소수 세력의 교두보 (확보) 전략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 연합을 통해 민주당은 집권 발판을 마련하고, 진보 정당이나 시민사회세력은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 연합 협상은 호혜적이어야 한다. 민주당 혼자 선거를 치른다면 잘해봐야 전체의 30~35%를 득표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선거 연합이 성사돼 진보·개혁 진영이 70%를 얻는다면 이를 민주당 50%, 진보 정당 15~20%, 이렇게 나눌 수 있다. 그러면 민주당은 집권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진보 정당은 진보 세력이 지방 행정을 맡으면 어떤 실현 가능한 대안을 구현할 수 있는지 보여줄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윈윈’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정책 의제와 정치 강령을 잘 조정하고 소통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시민주권의 경우 구성원 일부가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조정자가 직접 경기에 뛴다면 공정한 중재가 가능한가.=4개 시민사회단체는 산술적 혹은 물리적 중립을 표방하지 않는다. 이른바 ‘시민정치’ 개념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치를 위한 공익적 접근이지 몰가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희망과 대안이나 2010연대와 달리 시민주권 등에서는 일부 참여자가 주자로 나설 수 있지만, 그것도 세력 전체가 선거에 직접 뛰어드는 형태가 아니라 개인이 각기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 구성원 자격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야권의 선거 연합을 촉구하며 정작 5+4회의에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왜 4개로 나뉘어 있나.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합칠 생각은 없나.=‘따로 또 함께’,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 네 단체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무조건 함께 뭉치는 게 능사가 아닐 때도 있다. 그러면서 공통의 과제가 도출되면 네 단체를 포함한 좀더 큰 틀의 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범국민 운동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 유권자 운동은 네 단체 이외에도 수많은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단체, 촛불 네티즌,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범국민 운동기구에 대한 논의도 이미 시작했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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