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한숨 돌리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고가 10월 이후로 늦춰진 것이다. 대법원 3부가 맡았던 문 대표의 상고심 재판이 대법관 전원합의체로 넘어갔고, 전원합의체는 9월19일 문 대표의 상고심 선고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선고를 늦추기로 했다.
문 대표는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사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운 계기”라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나선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검찰과 법원에서 다퉜던 제 사건이 결국 정치적 사안이었고, 검찰과 원심 재판부가 결정적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죠. 사법 정의와 양심의 보루로서 대법원이 국민 앞에서 바로 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문국현 사건’의 발단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비롯됐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당선된 이한정 전 의원의 범죄 경력 등이 화근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수원지검은 즉시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그때 수원지검장이 최근 검찰총장 후보에서 낙마한 천성관 전 검사장이었다.
수원지검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이 전 의원을 구속했다. 검찰이 그린 구도는 범죄 전력이 있는 이 전 의원이 높은 공천 순위를 배정받기 위해 ‘공천헌금’을 제공하고 ‘공천’을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아귀가 잘 맞지 않았다. 우선 이 전 의원의 전과 기록이 없다며 범죄 경력 증명서를 발급한 기관은 검찰과 경찰이었다. 두 곳 모두 전과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은 확인서류를 발급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이 의도적으로 범죄 경력을 숨겼다는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나라, 10월 재보선 가능설 흘려
검찰은 그 다음으로 ‘공천헌금설’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마저도 쉽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이 창조한국당에 낸 6억원은 공천헌금이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자 선거 홍보물 인쇄 비용을 대기 위해 스스로 구매한 ‘당사랑채권’ 비용이었다는 창조한국당의 주장을 쉽게 깨뜨리지 못했다.
결국 검찰이 기소한 ‘6억원 공천헌금 수수 혐의’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자 법원이 나섰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도 않은 사실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이 매입했다는 당 채권의 발행 이율이 시중금리보다 싼 1%여서 여기에서 발생하는 금리차만큼 창조한국당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는 판단이었다. 그 차액을 법원은 정치자금으로 해석했다.
문 대표는 이를 두고 “의사가 처음에는 심장병이 있다고 해놓고 아무리 검사해봐도 증세가 발견되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피부병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계속 진료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문 대표는 길지 않은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 대표가 2008년 서울 은평을 총선에서 꺾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은평을이 10월 재보선에 포함될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하는 등 9월 안에 대법원의 유죄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법원의 이번 선고 연기 결정을 문 대표가 크게 환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10월 이후 선고가 나오게 된다면 설령 문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돼 은평을이 재선거 지역에 포함된다 해도 선거는 2010년 7월에나 치를 수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치르도록 돼 있지만 2010년에는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4월 재보선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춘 것이다.
문 대표는 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9월에 대법원 선고가 나올 것이란 관측은 일부 보수 언론과 정권 실세의 희망 사항이었을 뿐,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날짜가 9월7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정이었다”며 “앞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정확한 근거와 증거에 입각해 판단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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