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가 변할 기회가 왔다. 그래서 호남이 진정으로 발전할 찬스가 왔다. 지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이 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민주당, 대권주자도 위기의식도 없어민주당 위기의 실체는 여섯 가지다. 첫째, 대권주자 기근이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하는 결사체다. 집권을 해야 노선에 맞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DJ 이후 전국적인 지지를 받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둘째, 정체성의 혼란이다.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다소 진보적인 정책은 진보 정당이 선점하고 있고, 다소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정책은 한나라당이 이미 확보하고 있다. 잘못하면 ‘한나라당 2중대’ 소리 듣기 십상이고, 방심하다가는 과격한 정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셋째, ‘사공’ 과다다. 당내외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독보적인 존재 없이 그만그만한 지도자들이 너무 많다. 자칫 당직이나 정책 혹은 정동영 출마 같은 정치적 사안에 휘말리면 여러 파벌로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
넷째, 호남 민심이 변하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 봤듯이 호남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호남 정권 10년 동안 지역민을 위해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촉구하는 지역 현안들은, 민주당 집권 당시 조금만 성의를 보였다면 이미 해결됐을 일이라는 원망이 높다.
다섯째, 이슈를 잃었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오직 “우리도 우리 지역 출신 최고권력자 한번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시대적 과업이던 민주화가 큰 대의명분을 제공했다. 5·18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보상 등을 실현하려는 한목소리도 지지 요인이었다. 이젠 호남 출신 대통령도 가져봤고 그 정권 연장도 해봤다. 민주화의 요구는 있어도 큰 정치 쟁점은 아니다. 5·18과 관련해 남은 일도 많지만 그것이 민주당의 ‘묻지마 지지’ 요인은 되기 힘들다. 지역 소외가 그나마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집권 시절에 뭐했느냐고 되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여섯째, 위기를 못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이 쇄신하면 민주당은 30년 야당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긴장감도, 변하려는 시도도 거의 없다. 영국의 노동당 성공을 벤치마킹해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나마 정답이고 김효석 의원 등이 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 동조는 미미하다.
호남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호남인은 지금 변해야 한다. 호남의 이익을 챙기는 수지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에 이르는 길은 호남 정치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뿐이다. 특정 정당으로 ‘몰아주기’가 아니라 후보를 고르는 대접받는 ‘선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지난해 정기국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참여해보니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호남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눈을 부릅뜨고 뛰어보니 생각도 못했던 지역 현안 예산들이 확보됐다. 호남에 뜨거운 애정을 갖고 정치력을 발휘하는 정치인들끼리 경쟁할 수 있게 호남인들이 정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지금의 민주당을 거듭나게 해서 더 경쟁력 있게 키우기 위해서도 정당 간 경쟁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공천만 받으면 개표 시간만 기다리는 안이한 정치는 호남에서 끝내야 한다. 사랑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민주당이여, 전국 단위로 성장하라민주당도 지금까지 DJ에게 기대고 응석부리던 나약한 정치를 탈피해야 한다. 더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지역민의 상처를 후벼파 팔자에 없는 정치적 자리를 얻어낼 생각은 버려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국 단위의 정치적 인물로 성장하고, 국민적 요구와 시대에 맞는 정체성도 확립하고,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현실 정책을 통해 지지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 내 유망하고 실력 있는 많은 합리적인 인사들이 중도 합리 보수 집단인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합이나 ‘헤쳐모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문제가 있음에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변함을 당할 것이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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