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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사활 건 10월 재보선이 온다

수도권 4곳 포함 최소 7곳 전망… 이재오·손학규·심상정 등 거물급 후보 물망
등록 2009-05-08 17:35 수정 2020-05-03 04:25

4·29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막강 여당의 독주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10월 재보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에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는 4월 재보선과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컨설팅회사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10월 재보선의 중요성은 이번 재보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 지방선거 출마자를 중심으로 지도부 교체나 조기 전당대회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4월29일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10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한나라당이 4월29일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10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5월1일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1심이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모두 7명이다(표 참조). 한나라당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당과 창조한국당과 무소속이 각 1명이다.

최대 격전지 은평을에 시선 집중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서울 금천)은 2008년 총선 당시 불법 당원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형이 확정되면 안 의원의 지역구에서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같은 당의 박종희 의원(경기 수원 장안)도 지난 2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홍장표 의원(경기 안산 상록을)의 항소는 2심에서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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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도 의원(경남 양산)의 경우 본인이 아니라 회계책임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위협받고 있다. 허 의원의 회계책임자 김아무개씨는 선거운동원 26명을 자원봉사자로 고용해 7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원심 형량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의원 본인에 대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선거사무장과 배우자 등에 대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선거법과 관계없지만,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단국대 이전 사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역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지난 17대 국회 때와 달리 18대에서는 1심이나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의원이 상급심에서 형이 깎여 살아난 사례는 없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적어도 7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따라 금배지를 잃는 국회의원이 추가로 생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미 이광재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상황에 따라 10월 재·보궐 선거는 말 그대로 ‘미니 총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0월 재보선의 의미가 각별한 이유는 오히려 선거의 ‘양’이 아니라 ‘질’에 있다. 주목해야 할 지역구는 서울 은평을과 경기 수원 장안이다. 서울 은평을에는 원래 주인이었던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재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은 최근 과 만나 은평을 재선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10월 재선거가 확정된다면 이재오 전 의원이 출마하는 게 맞다. 은평을이 원래 이 전 의원의 지역구였고 현재 당협위원장도 이 전 의원이다. 선거에 하자가 있다고 해서 치르는 재선거이므로 차점 낙선자에게 다시 싸울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 전 의원도 이른 아침부터 약수터를 누비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재판 현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8대 국회의원 재판 현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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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이재오 전 의원 쪽의 논리일 뿐이다. 정세가 이 전 의원이나 한나라당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4월 수도권 재보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 결과는 이명박 정권의 ‘경제 살리기’ 사기극이 수도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이재오 전 의원을 서울 은평을에 내세운다면 우리도 김근태 상임고문 등 중량급 인사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에서는 심상정 전 대표의 서울 은평을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는 심 전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노회찬 대표와 짝을 이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심 전 대표의 생각은 은평을 출마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만약 민주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후보를 낸다면 4월 울산 북구 재선거처럼 ‘진보 후보 단일화’나 ‘반MB 연합’ 전선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당과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의 성격을 띠는 선거의 속성상, 그리고 수도권 민심의 흐름상, 이재오 전 의원의 당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수원 장안에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수원 장안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전 대표가 지난해 총선 때 출마를 저울질했던 지역이다. 그만큼 손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으로 출마하려면 현재 맡고 있는 민주당 서울 종로지역위원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정작 손 전 대표 쪽에서는 수원 장안 출마에 욕심내기보다 ‘당이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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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와 가까운 김주한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번 재보선 때 지도부의 수도권 지원유세 요청에 두말없이 따랐던 것처럼 당이 요구한다면 그게 어디가 됐든 마땅히 나가는 것이 당인의 도리”라며 “굳이 손 전 대표가 나가지 않아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곳이라면, 직접 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하더라도 무대가 수원 장안이 아닌 서울 은평을이나 기타 지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아예 10월 재보선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당 경기 지역 전·현직 의원 사이에서는 손 전 대표가 수원 장안이나 경기 안산 상록 재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손 전 대표가 4월 재보선에서 인천 부평, 경기 시흥 선거를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끌면서 수도권에 확실한 영향력을 보여줬다”며 “내년 수도권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 손 전 지사가 10월 재보선을 통해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친박 후보 출마 여부 따른 ‘박풍’ 변수

4월 재보선 결과와 재보선의 속성상, 10월 재보선이 여당보다 야당에 유리한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 대상이다.

친박 진영 일각에서는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의 재선거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출마설은 이재오 전 의원의 서울 은평을 출마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알려진 것처럼 이 전 의원은 친박 진영의 공적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전 의원을 대뜸 서울 은평을에 공천한다면 친박 진영의 시선은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이 전 의원을 은평을에 공천하는 대신, 안산 상록을이나 서울 금천 등에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을 내보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재오 전 의원 공천에 대한 친박의 반감을 누그러뜨릴 카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최측근이 재보선에 나선다면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재선거 전체에 자연스럽게 ’박풍’이 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10월 재보선 승패를 점치기란 어려워진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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