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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 걸린 대선주자들] 김문수, 우파 이념의 전선으로

수도권 규제 관련 청와대에 독설 쏟아내… MB와 각 세우며 대권주자 존재감 부각
등록 2008-09-11 17:05 수정 2020-05-03 04:25


김문수 경기도지사. 한겨레 김규원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한겨레 김규원 기자

경기도지사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대선행 직행열차표를 손에 쥐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인제·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모두 경기도지사를 거친 뒤 곧바로 대선에 뛰어들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직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그렇기는 하지만 서울시장보다는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었다.

김문수 호평하는 조갑제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김 지사가 택한 해법은 ‘이슈 메이킹’이다. 최근 지방 발전을 먼저 유도한 뒤 수도권 규제를 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정책이 발표되자, 김 지사가 본격적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연거푸 소화하며 청와대를 겨냥해 ‘공산당보다 못한 정부’ ‘배은망덕한 정부’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수도권 대표선수’로 나선 모습이다.

7월24일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수도권규제철폐촉구 비상대회에서 김 지사는 정부의 ‘선 지방육성, 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정신 나간 정책”이라고 했고, 8월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일주일 뒤 평화방송 인터뷰에서는 “수도권 규제는 공산당도 안 하는 짓”이라며 청와대를 공격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청와대를 향해 독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대권용이라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인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가파르게 각을 세움으로써 ‘대권주자 김문수’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이슈 자체가 갖는 특성이다. 규제개혁은 일반적으로 우파 진영의 논리다. 김 지사는 촛불집회 정국에서 법치 확립과 불법 폭력시위 엄단을 강조했고 국회의원 시절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가장 활발하게 제기했다. 과거 민중당 출신인 김 지사가 이제는 ‘우파 투사’로 변신한 셈이다. 보수 진영의 유권자들을 의식한 행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로 조갑제 전 대표는 최근 “법치수호와 규제개혁, 사형제 지지, 북한 인권 문제제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문수 지사는 가장 자유주의적(우파적·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전부 아니다”

김 지사의 핵심 측근이 그의 최근 행보를 설명한 대목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9월4일 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험을 통해 청계천 복원처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꼭 대권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기보다 국가적 리더로서의 덕목을 갖추고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는 도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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