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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총리’와 ‘형님 퇴진’의 승자는?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공직·당직 두고 삼세판째인 이명박-박근혜, “끝을 보겠다”는 이상득-정두언

▣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삼세판’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에 맞선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사이의 ‘권력 줄다리기’가 끊임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쪽과 박근혜 전 대표는 공직과 당직을 두고 벌써 세 번째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1월에는 총리 제안 문제로, 5월에는 당대표 제안 여부로, 이번에 또다시 총리 제안과 수락 여부로 ‘있다, 없다’ 공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제안 않고 왜 언론에만 흘리나”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표 쪽이 “총리 제안을 했다” “제안받은 적 없다”고 옥신각신하던 6월12일,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박근혜 총리’가 탄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는 계속해서 신뢰가 깨져왔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제2차 ‘박근혜 총리설’은 6월 초부터 한나라당과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악화일로로 내리닫는 ‘쇠고기 정국’을 타개할 유력한 해결책이란 해설과 함께였다. 그러다 가 6월11일치에서 “‘새 총리 박근혜’ 청와대 공식 제안키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함으로써 물 위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직접 국무총리직을 공식 제의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박근혜 총리 뉴스’의 진원지를 이상득 의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이상득 의원 쪽이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내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을 찾으려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총리를 맡길 진정성이 없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를 총리 시킬 생각이 있으면 대통령이 먼저 나서야지 왜 자꾸 다른 사람과 언론을 통해 말이 나오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번 상황을 이해하려면 1차 ‘박근혜 총리설’이 나오던 상황을 봐야 한다. 이때도 ‘박근혜 총리’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상득 의원 등 원로그룹이었다. 이명박 당시 당선자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7년 12월29일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났을 당시 “입각해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당에 남아서 일하겠다”고 답했다. 이 제안에 대해 이 대통령 쪽과 박 전 대표 쪽의 해석은 다르다. “정식 총리 제의였다”는 것이 이 대통령 쪽 주장이고, “아니다”는 것이 박 전 대표 쪽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카드를 접으려는 순간, 다시 원로그룹이 나섰다. 메신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그는 1월 중순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에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의하면 받을 의향이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 박 전 대표 쪽에서 수락하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해 현실화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박 전 대표 쪽에서는 이에 대해 “4월 총선 공천에 (계파 간) 공정성을 분명히 하겠다고 천명한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건은 이명박 당시 당선자가 계파를 넘어선 공정한 공천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한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인지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는 당시에도 상대방이 진정성 없이 언론 플레이만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상득계 vs 반이상득계, 세 번째 충돌

박근혜 의원 쪽의 한 당직자는 “지난 5월 청와대 단독 면담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당대표 제의설을 흘려 박 전 대표를 곤혹스럽게 한 적이 있다”며 “박 전 대표를 국면 전환용 카드로만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근혜 총리 카드는 안정된 국정을 기대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였는데, 잘못된 대응으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손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총리설이 에 보도된 것은 당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류 이상득계와 소장파 반이상득계의 ‘3차 회전’에 기름을 붓는 또 다른 효과를 낳았다.

양쪽의 충돌은 벌써 세 번째로 이어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는 총선 직전인 4월9일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55인 선언’으로 처음 공개적으로 ‘반이상득’ 전선을 그었다가 이상득 의원이 출마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두 번째로는 이상득 의원의 작품으로 불리던 ‘박희태 당대표-홍준표 원내대표’ 구도에 소장파들이 ‘안상수 당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를 내세우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 때도 안상수·정의화 의원이 포기하면서 역시 소장파의 패배로 끝났다.

이어 이달 초 ‘권력 사유화’를 비판한 정두언 의원의 인터뷰 보도 이후 이상득계와 반이상득계의 정면 대결은 바야흐로 둘 중 하나가 완전히 물러나야 끝날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총리 카드 공개는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에게 계속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로 꼽힌 것이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는 의원들은 친이상득계인 정종복 전 의원의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설, 친이상득계로 분류되는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의 유임 조짐 등도 이 의원의 인사 영향력이 여전한 사례로 꼽고 있다. 6월10일 박영준 청와대 비서관의 중도 하차도 6월9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조찬 이후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최근 가까운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을 위해 죽으라면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인적 쇄신 문제는) 끝을 볼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형님 퇴진’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민심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

그러나 이들이 찾고 있는 ‘박근혜 총리’ 카드나 ‘형님 퇴진’ 카드는 민심과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로 읽힌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상득 의원이나 박근혜 전 대표 거취 문제는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최근의 정국에는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만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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