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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로 386 매도말라”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서울 구로갑에서 재선에 실패한 이인영 의원 “민주화세력의 몰락을 말하긴 이르다”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통합민주당)은 대표적인 386세대 정치인이다. 통합민주당 안에서도 개혁 성향이 강한 재야파로 분류된다. 386 출신 정치인에 대해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질 때, 가장 적극적으로 맞선 인물도 그였다.

이 의원은 4월9일 총선에서 낙선했다. 서울 구로갑에서 재선을 노린 그는 이범래 한나라당 당선인에게 926표차로 석패했다. 1% 차이였다. 4년 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4만8970표를 얻은 이 의원이 3만5801표에 그친 이범래 당선인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당선된 바 있다.

사회복지 강화 과정에 기여한 10년

4월17일 이뤄진 과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민주화 세대의 공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386 정신과 386세대의 노력까지 매도한다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른바 ‘좌파 386’이 지나치게 이념지향적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386세대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386 정신, 그 초심을 버리지 않으려 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마저 좌파니 이념이니 하는 식으로 매도하는 주장이 386 출신들로부터 나온다면, 오히려 그들이 초심을 버리고 우파에 투항한 것이다. 전향이고, 심하게 말하면 변절이다.

그 ‘초심’이 무엇이었나.

대기업과 특권층 못지않게 중소기업과 소외된 서민계층도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로 바꿔내겠다는 게 초심이었고, 그걸 향해 노력한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나 과거사 진상규명 등 이념 문제에 매달린 탓에 국민 실생활 관련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학법이나 과거사 관련법 제정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생활 관련 분야에서 좀더 구체적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은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방향이 틀렸던 것은 아니다.

386세대가 우리 정치에 기여한 부분을 꼽는다면.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앞장선 사람은 임종석 의원이었다. 강기정 의원은 기초노령연금법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을 통해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비정규직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비정규직법을 마련한 사람은 우원식 의원이었다. 오영식 의원은 재래시장육성법을 위해 노력했고, 나 역시 평생교육법 등을 통한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지난 10년간 사회복지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에 386세대가 있었다.

민주당이 보수화된다면 곧 ‘멸종의 길’

그런데 386 출신 의원들이 많이 낙선한 이유는.

졌으니까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완전히 초토화된 이번 총선에서 우리는 각자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386 민주화세대의 역사적 몰락인지, 아니면 일시적 쇠퇴인지는 좀더 시간이 지난 뒤에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는 바람에 당이 보수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보수화된다면 그건 정말 혹독한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평화와 복지, 민주주의와 통일을 여전히 소중히 생각하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버티고 있는 한, 민주당의 인적 구성이 조금 보수화됐다고 해서 당 전체가 보수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멸종의 길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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