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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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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알바’가 오프라인에 떴다

등록 2008-04-11 00:00 수정 2020-05-03 04:25

‘선진국민연대 사이버본부 총괄팀장’으로 활약하던 ‘테무진’ 총선 출마, ‘친이명박’ 댓글 알바 고용주는 기소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저는 한나라당 댓글 알바생입니다.”

대선 열기가 후끈했던 지난해 12월, 온라인 토론방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사는 26살 휴학생’이라는 그는 “최근 몇 달간 ‘알바일’을 해왔다”며 “저도 나쁜 놈이지만 이 바닥은 정말 더럽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4인 1개조로 108개조가 있었고 요즘은 한 조당 스무 명 정도”라거나 “처음 3개월은 시급 2500원이고 이후엔 3700원 이상, 선거철엔 보너스 지급” 등 구체적인 운영 상황도 밝혔다. “여러분은 지금 여론 선동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쓴 글이라 했다.

진주시갑 김동철 후보 “내가 테무진”

이처럼 댓글 달기 등을 통해 특정 정당을 위한 사이버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일 또는 그 주체를 ‘댓글 알바’라고 한다. 물론 돈 받고 동원되는 이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치권의 점잖은 용어로는 ‘사이버팀’ 또는 ‘사이버 대책반’이다. 알바는 선거 때면 늘 온라인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프라인에 나타났다.

3월28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한나라당 여론조작팀장이 총선 출마합니다!(증거有)”라는 제목의 글이 떴다. 글을 올린 아이디 ‘데빌루스’는 “선거법 위반을 감수하고 올리는 글”이라 했다. ‘테무진’이라는 아이디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맹렬히 ‘친이명박’ 게시물을 올리던 이가 출마했다는 내용이다. ‘테무진’은 ‘명박연합’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회원들과 전략·전술을 논의하며 다음 아고라를 집중 공략했다고 한다. ‘데빌루스’가 올린 명박연합의 게시판 내용을 보면 테무진은 “아고라는 우리가 점령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 전사들을 믿는다” 등의 글을 올렸다. 지목된 총선 후보는 진주시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동철(44·학원 원장) 후보였다.

김동철 후보는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뜻 “내가 아고라의 ‘테무진’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후보자 명부의 경력란에도 ‘(전)2007선진국민연대TFT 사이버본부 총괄팀장’이라고 적혀 있는데,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한나라당 외곽조직이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명함을 주기에 받았을 뿐”이라며 “이명박 팬클럽인 명박연합에서 온라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데, 당에서 불러 직책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라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라’는 뜻에서 직책을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 받고 움직이는 알바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던 다음 아이디 ‘장국영’ ‘하늘노을’ 등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알바들은 딱 티가 난다”고 잘라 말했다. 내용이 없이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 무성의하게 건수만 채운다는 것이다. “그런 알바들에게 일당을 줬다면 나 같은 사람은 한 1억원은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 정치적 활동에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같은 지역구에서 선배가 공천을 신청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공천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나섰다. 꿈은 날아갔다. “하다못해 대통령 취임식 초정장도 안 오더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저쪽에는 알바가 더 많지 않냐”고 되물었다. ‘저쪽’은 박근혜·문국현 후보나 통합민주당을 뜻한다고 했다. “업체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한단 얘길 들었다”며 “대선 때까지 전문적으로 글 잘 올리는 이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예 인터넷을 안 본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고라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무보수로 일하던, 자발적인 ‘알바’이자 지휘자였던 셈이다.

친구에게 돈 빌려 한 단독범행?

돈이 오간 ‘리얼 알바’는 검경의 수사망에 걸렸다. 4월1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공상훈 부장검사)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해 이명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댓글을 집중적으로 달게 한 한나라당 성북갑 당원협의회 소속 성아무개(37)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내용을 보면, 성씨는 지난해 7~8월 여대생 12명에게 포털 사이트에 오른 30개 정치 기사에 댓글을 달게 했다. 일당은 5만5천원이었다. ‘알바’들은 모두 9717개의 댓글을 달았다. 해당 기사들은 모두 포털 사이트의 ‘인기 기사’로 등극했다. 죄다 이명박 후보에게 우호적인 기사였다. 한 기사는 알바생들이 290건의 댓글을 달아 ‘일자별 최다 의견 뉴스’ 항목 9위에까지 올라섰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사이버범죄조사팀에 이 댓글들이 걸렸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는 댓글들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한 박지호 경위는 “당시에도 공공연하게 댓글 알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알바로 의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와서 만나보니 모두 여대생이었고 “알바냐”고 묻자 “그렇다”고 털어놓았다. ‘고용주’인 성씨도 만났는데, 그도 혐의 내용을 순순히 자백했다.

성씨가 알바들에게 건넨 돈은 모두 1390만원. 성씨는 돈의 출처에 대해 “친구들에게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빚까지 져가며 특정 후보를 도운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해운대경찰서의 첫 조사 때 경찰이 “빚까지 지면서 왜 이런 일을 했냐”고 묻자 성씨는 “이런 식으로 하고 나면 나중에 정치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당시 구속영장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됐고 검찰은 성씨를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다. 알바들의 경우 초범인데다 단순 하수인이라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기간, 네티즌은 선거법 앞에 떨어야 했다.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니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손수제작물(UCC)을 올렸던 대학생 김연수씨( 제687호 보도)는 오랜 재판 끝에 3월31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해도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도로 UCC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선거기간 동안 개인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의사 표현 하는 것은 막으면서 돈을 받고 여론조작을 할 목적으로 일하는 댓글 알바는 이렇게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적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솔직한 정치적 주장을 편 대학생은 유죄 선고를 받는데, ‘댓글 군단’은 훈방되고 ‘댓글 지휘자’는 출마까지 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인터넷에 쏟아지는 정치 관련 게시물 속에서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떤 것에 귀를 막아야 할지 도통 헷갈리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재오사랑’의 ‘총선 기간 사이버 대응요령’ 논란

“문국현은 강남부자” 댓글 독려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의 팬클럽 ‘재오사랑’(회원 수 4천여 명)이 회원들에게 배포한 사이버 행동지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4월3일 현재 재오사랑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4·9 총선 기간에 사이버상에서의 대응요령’은 조직적 여론 조작은 물론 상대 후보에 대한 노골적 비방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댓글 달기’ 항목에서 재오사랑은 “다음 아고라 토론방, 조선일보 토론마당,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보 사이트로 가서 이재오 의원님에게 불리한 글에는 반대만 누르시고 클릭은 하지 않는 대신, 해당 글 위에 다른 글을 많이 올려서 해당 글이 최대한 빨리 넘어가도록 해달라”고 했다.
재오사랑은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뉴스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기사는 편집을 해서 퍼나르기에 활용하고, 비우호적이고 불리한 기사에는 반대를 누르고 댓글을 확실하게 달아달라”고 지시하고 있다.
재오사랑에서는 게시물의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내용이 상대 후보의 비방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문국현에 관련해서’ 항목을 보면 “강남의 부자, 힘없는 1인 사당, 철새정치 초보자로 은평을 모르는 사람, 선동 정치인, 환경운동을 팔아먹는 사람, 부실 공약으로 은평 선거구민을 현혹하려는 후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재오사랑 홈페이지에서는 ‘4·9 총선까지 119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는데, 119운동이란 매일 한 번(1) 한 시간(1)이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아홉 개(9) 이상의 글이나 댓글을 달자는 것이다.
한편, 재오사랑의 최아무개 사무총장은 과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재오사랑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른 후보 팬클럽에 비해 높은 편이라 안내 차원에서 올려놓은 것”이라며 “솔직히 해당 게시물에 선거법 위반 등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아직까지 판단이 되지 않지만 곧바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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