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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은 왜 진보신당으로 갔나

등록 2008-04-11 00:00 수정 2020-05-03 04:25

“소수자와 함께 하니까” 심상정 지지하는 박찬숙과 노회찬 지지하는 하리수·박중훈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LA올림픽 메달리스트 박찬숙입니다. 오늘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반갑습니다. 덕양 주민 여러분.”

일요일이던 3월30일 경기 덕양 화정동 세이브존 앞. 무심히 길을 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농구스타 박찬숙(49)씨가 선 곳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덕양갑)의 유세차량 위였다. 길을 멈춘 이들의 표정엔 언뜻 ‘심상정에게 웬 박찬숙?’이라는 의아함이 지나갔다.

농구인 박찬숙,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본명 이경은), 영화배우 박중훈과 김부선. 언뜻 공통점이 쉽게 교집합되지 않는 이들은, 진보신당 의원들의 지지자들로 합집합된다. 박찬숙씨는 심상정 후보, 하리수·박중훈씨는 노회찬 후보(노원병)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부선씨는 진보신당의 홍보대사다. 하리수씨는 3월27일, 박중훈씨는 3월17일 노원 유세현장을 찾아 노 후보를 위한 ‘한 표’를 부탁했다.

이들이 진보신당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뭘까. 박찬숙씨는 지난해 6월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당시 자신이 응모했던 우리은행 프로농구단 감독 모집 과정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억울함을 인권위에 진정서로 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심 후보였다.

박씨는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이기지 않으면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늘 절감했다. 심 의원을 보면 놀라웠다. 여성이지만 정의롭고, 든든하고, 씩씩했다. 많은 걸 느꼈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씨가 이기고 싶었던 것은 ‘강력한 지도력=남성 지도자’라는 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남성주의였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오버하지 않았으면”

하리수씨의 경우는? 하씨는 선거운동 현장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노회찬 후보가 성소수자들의 호적상 성별을 바꿀 수 있는 특별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며 “성소수자·장애인·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 같아 선거운동에 함께하게 됐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하씨는 “노 후보가 성소수자들을 아껴주고 힘써주시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부선씨는 지난 2004년 대마초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대마초 비범죄화’를 위한 공개 활동을 시작하면서 노회찬 후보를 만났다. 노 후보는 대마초 투약 혐의로 복역 중인 가수 전인권씨를 면회하는 등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화려한 삶을 사는 스타들이지만, 화려함이 끝나면 외로운 ‘소수자’가 되는 것이 그들이다. 선거운동은 그 순간을 함께해준 것에 대한 갚음인 셈이다.

3월16일 진보신당 창당대회에서 김부선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분들이 민주화 투쟁을 해서 저 같은 마약쟁이가 사회에 커밍아웃할 시간이 왔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오만해져서, 조금만 다르면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봅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건강한 저를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몹니다. 오버하는 거지요. 대한민국이 오버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삶과 함께하는 정치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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