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무현 후보 전략을 그대로 빼닮은 대선 후보들의 ‘눈물’과 흑백사진, 서민 대표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내가 니 아비다.”
역시나 그분이 나서서 한마디 하는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을 열면 감춰졌던 것이 드러난다. “아임 유어 파더.”(I’m your father.) 아무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고개를 저어도, 영화 에서 다스베이더가 루크에게 했던 말대로 “넌 이미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이명박은 노무현의 아들이다? 최소한 광고에 관해선,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잠깐, 이명박 후보가 기분 나쁠 이유는 전혀 없다. 그것은 이명박 캠페인의 ‘성공’을 의미하니까.
자갈치 아지매는 욕쟁이 할머니로
태초에 노무현의 눈물이 있었다.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이 시작되진 않았으나 눈물 한 방울로 청와대를 접수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은 그렇게 공전의 히트였다. 2002년 노무현에게 자갈치 아지매가 있었다면 2007년 이명박에겐 욕쟁이 할머니가 있다. 2007년 대선광고의 시작은 이명박의 ‘욕쟁이 할머니’ 광고다. (아직까진) 올해의 대선광고인 ‘욕쟁이 할머니’ 광고는 티내지 않는 벤치마킹이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보여줬다. ‘노무현의 눈물’ 혹은 기타 치는 노무현의 ‘상록수’ 광고에서 분위기(흑백의 모노톤)와 기법(감성적 접근)을 빌려오고, 인물은 자갈치 아지매 아니 국밥집 할머니를 내세운다. 그리하면 이명박의 광고가 보인다. 물론 자갈치 아지매는 찬조연설을 했고, 욕쟁이 할머니는 광고에 나왔다는 차이는 있다. 이명박 후보의 두 번째 방송광고 ‘살려주이소’는 더욱 ‘노무현의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살려주이소’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출마 전후로 시장 상인 등을 만나는 장면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살려주이소” 하는 카피가 반복되는 광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명박 후보의 눈물 한 방울. 이명박 후보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 사진은 ‘살려주이소’ 광고에 이어서 세 번째 광고인 ‘진실’ 편에도 삽입될 만큼 강력했다. 그리하여 인물만 바꾼다면 노무현 눈물의 속편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시차가 있다. 이명박은 가까운 과거로, 노무현은 오래된 개인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고에 나왔던 노무현 후보 사진이 80년대 후반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 중재 당시까지 담은 반면에, 이명박 후보의 사진은 대통령 경선에 나선 이후의 모습이 주로 담겼다. 이명박 캠프의 정병국 미디어홍보단장은 “준비된 8편의 방송광고 중에 2편만 촬영했고 나머지는 자료사진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역시나 정서를 자극하기에, 사진은 힘이 세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이명박의 광고는 노무현의 눈물보다 약간 유치한 버전처럼 보인다”며 “익숙한 것의 반복이 키치인데, 유치하게 반복되지만 놀랍게도 성공한다는 것이 키치의 생존 법칙”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명박 광고는 영리하다. 이명박은 말하지 않지만 말한다. 아무리 성우가 대신 말해도 노무현 광고의 화자는 결국에 노무현이었던 반면에, 이명박 광고인 ‘욕쟁이 할머니’ ‘살려주이소’의 화자는 이명박이 아니다. 정병국 단장 말대로 “(두 광고에서) 후보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경제나 살려, 이놈아” “살려주이소”라는 말을 서민의 입을 빌려 전한다. 이렇게 이명박 광고의 장점은 과감한 생략법. 정치광고가 대선의 향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97년 이후 광고에서 말이 많았던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었다. 대선에선 과묵하면 성공한다. 사실 그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일찍이 드라마 가 일대기 광고를 대신했고, 서울시 버스가 움직이는 광고판 구실을 하며, 청계천이 한국의 중심에 자리잡은 옥외광고 아닌가. 그래서 그에겐 나를 소개하는 수고로움 대신에 욕쟁이 할머니를 통해서 경제를 말하는 여유가 생긴다.
이슈 소유권이 없으니 말이 많아지네
반면에 정동영은 내가 누구인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광고도 정동영은 ‘접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정동영 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맡은 김교흥 의원의 말대로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서 그의 서민적 성장사를 굳이 설명하는 ‘꿈꾸는 소년’ 광고가 필요하다(그런데 이 광고는 국정홍보처의 ‘다이내믹 코리아’ 캠페인, 축구 선수 이운재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17년 후 이 아이는 스페인전 승부차기를 막아냅니다”라고 말했던 공익광고와 매우 유사하다. 성우 목소리까지). 그리고 부모님 얘기를 하다가 울음이 솟구쳐 연설을 멈추는 정동영의 모습에서 역시나 ‘노무현의 눈물’이 겹친다. 후보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감동을 주려는 구성도 비슷하다. 사실 흑백 사진을 편집하고 여성 성우의 목소리로 감동을 ‘자아내려는’ 기법은 노무현의 눈물로 시작해 이제는 한국 정치광고의 고전이 되었다. 어쨌든 노무현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의 과거사를 내세웠다면, 정동영은 더욱 오래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정동영 광고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약속합니다”라고 간절하게 말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같은 문구를 내세워도 의도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명박에겐 경제가 있지만 정동영에겐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겐 이슈 소유권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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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동영의 광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메시지도 비어 있고, 기법도 새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꿈꾸는 소년’에 이어서 방영된 ‘안아주세요’는 광고에 맞춰 유세 현장에서도 ‘프리 허그’(Free Hug) 운동을 이어간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대선 캠페인 최초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실험인 것이다. 여기에 이어진 ‘힙합 대화’는 젊은 래퍼들이 실업, 교육 문제를 랩으로 쏟아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렇게 젊은 감각을 담으려는 시도는 산뜻한 유행으로 보이기보다는 철 지난 따라잡기로 보인다. 김춘식 교수는 “‘살려주이소’와 ‘힙합 대화’의 목적은 정책 전달로 사실상 같다”며 “‘힙합 대화’는 정치인의 말을 힙합으로 어설프게 옮겨놓았을 뿐이지만, ‘살려주이소’는 평범한 사람들의 충격적인 말을 통해 이슈를 느끼게 만들었다”고 비교했다. 그의 이어진 분석. “요즘 20대가 정치 정보를 얻는 통로는 주로 부모다. 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설득하는 시대가 아니라 중·장년이 청년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20대와 50대의 정치 성향이 유사하다.” 그리하여 이명박 광고의 주요 등장인물은 중·장년층,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정동영 후보는 ‘거짓말이야’ 광고를 내보냈다. “거짓말이야~”가 반복되는 익숙한 멜로디가 이전의 광고에 견줘서 주목도를 높였지만 역시나 네거티브 광고의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정동영 후보가 내놓은 네 편의 광고에서 일관된 콘셉트는 물론 분위기와 방법론(톤 앤드 매너, Tone & Manner)이 보이지 않는다. BBK 발표 이후에 나온 이명박 후보의 광고 ‘진실’ 편도 이전의 광고에 견줘 설명적이다.
대선서 네거티브가 성공한 적 없는데…
이렇게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광고는 어렵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의 위장’으로 시작해 네거티브 신문광고를 시리즈로 내보냈다. 첫 편을 보고서 “이명박 광고야, 정동영 광고야”라는 반응이 나온 광고다. 이희복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기호 1번 광고에 기호 2번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심지어 패러디가 연상된다”고 분석했다. 남의 광고 해줄 위험 탓에 패러디는 좀체 하기 어려운 광고 기법인데, 누구의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 홈페이지에 “이명박은 너무 지겹게 듣기 때문에 이것도 지겹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면 이런 선전은 제발”이라는 네티즌의 반응이 있을 정도다. 97년 이후로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강조한 캠페인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97년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도 ‘DJ와 춤을’같이 자신의 장점을 내세운 포지티브 광고로 성공했다.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실패였다.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한국의 신문에는 따옴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공방 보도가 넘쳐난다. 이미 국민이 공방 보도에 지쳐 있는데 정치광고까지 그렇게 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광고에 실린 이명박 후보의 전력은 ‘뉴스’가 아니라 ‘구문’이었다. 반면에 ‘욕쟁이 할머니’를 세련된 네거티브로 보는 견해도 있다. 김춘식 교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전제된 광고”라며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한 세련된 네거티브 광고”라고 해석했다. ‘욕쟁이 할머니’ 광고는 보수의 노무현 깎아내리기 시리즈 종합판인지 모른다. 5년 동안 일관된 콘셉트 아래 진행된 정지작업이 있었기에 ‘약발’이 먹히는지 모른다.
이미지가 난무하고 네거티브가 끊임없는 2007년 대선광고는 97년 대선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희복 교수는 “대선광고에 정책은 없고, 인물만 남았다”며 “더 좋은 사람 뽑기(차선)도 아니고 더 나쁜 사람(차악) 뽑기 광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광고) 전략은 보이지 않고 전술이 난무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후보도 경제를 살리겠다고는 하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동영의 ‘행복’과 이명박의 ‘성공’, 슬로건은 다르지만 같다. 이 교수는 “성공하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성공한다. 경제를 살리면 좋은 대통령이 된다”며 “슬로건이 개념적이라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을 유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에 의문은 있으나 “‘가족행복시대’를 ‘국민성공시대’와 함께 마지막까지 슬로건 후보로 고민했다”는 한나라당 정병국 단장의 말이 개연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광고의 우세는 후보의 당선에 화룡점정을 찍는 구실을 했다. 물론 보수 진영은 광고에서 연패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의 절치부심이 광고에서 느껴진다. 김춘식 교수는 “이명박 후보의 광고는 정동영 후보에 견줘 콘셉트도 일관되고 타깃도 정확하다”며 “철저한 조사에 바탕해 캠페인이 진행된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 캠프에 가담해 ‘노무현의 눈물’을 만들었던 광고인 일부는 나중에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제 광고 인력의 향배는 대선의 변수가 되었다. 이번엔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고 찾아온 광고인이 적지 않았다. 정병국 의원은 “세 팀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한 팀에 광고를 맡겼다”고 전했다. 그를 중심으로 제일기획 출신 이유찬 홍보기획팀장 등 실무진 5명이 이명박 후보의 광고를 전담하고 있다. 광고 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아 캠페인의 일관성 유지가 어려웠던 이회창 후보 시절의 상황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정 의원은 “후보가 광고의 전결권을 내게 주었고 후보도 광고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지지율)도 좋은데 모델 파워도 따라주고 광고 인력마저 도와주는 형편인 것이다.
맥 못추는 UCC, 유튜브가 패러디 중심으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90/459/imgdb/original/2007/1213/02106700012007121345_1.jpg)
대선 방송광고는 후보당 1분씩 30회까지 허용된다. 정동영 24회, 이명박 22회, 권영길 20회(30초), 문국현 18회, 이회창 12회의 광고를 신청해두었다. 이회창 후보의 ‘알았습니다’ 광고도 새롭진 못하다. 이것은 2002년 ‘인간 이회창’의 리메이크로 보인다. 이회창 캠프는 “두 번의 대선 패배에서 배운 ‘실패학’에 기반해 후보의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리운전을 하는 중년 남성, 웃음 짓는 소녀 가장을 보여주며 여성 성우가 “아버지, 선생님, 소녀 가장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광고는 5년 전 ‘인간 이회창’ 편과 상당히 겹친다. 당시에도 이회창 후보 광고는 노인과 얼굴을 맞대고, 상인을 껴안고, 장애인의 손을 잡으며 “저는 야당이 됐고 땅바닥에 뒹굴면서 위를 봤습니다. …소외된 분들과도 마음을 나누는 기회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말하기 이전에, 정동영 후보처럼 이회창 후보의 기존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아까운 ‘전력’을 써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캠페인도 2002년에 견줘 주목도가 떨어진다. 2002년 대선광고에는 박찬욱 감독이 등장했고, 2004년 총선 라디오 광고는 배우 문소리가 담당했다. 민주노동당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후보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에 “60년 부패 고리 권영길이 끊겠습니다”라는 카피를 얹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2002년 대선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한마디, 2004년 총선의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라는 슬로건이 얻었던 반향에 아직은 미치지 못한다. ‘믿을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문국현 후보의 광고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방송광고의 경쟁도 싱겁지만, 사용자제작콘텐츠(UCC)도 뜨지 않는 심심한 대선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나친 제재가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뒤집어지는’ UCC를 찾기도 힘들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UCC를 해외 사이트에 올리다 보니 유튜브가 대선 패러디 사이트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이렇게 빈곤한 가운데 이명박 패러디 UCC가 그나마 반향을 얻었다. 끝으로 사족 하나. “사람들이 바쁘다 보니 광고를 방송에서 직접 보기 어렵다. 그래서 언론이 화제가 됐다고 하면 그 광고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경향이 강하다.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판단을 내린 다음에 보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반영이 아니라 순환 매개다.” 김춘식 교수의 평가다. 그러니 기사는 잊고 광고를 보시라.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다. 혹시나 비장의 카드가 있을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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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복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
대한민국의 선택이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유난히 정책 이슈보다 후보 신상에 관한 시비가 이어졌고, 광고도 유권자들에 대한 구애보다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후보라는 개인 브랜드를 알리고, 선호도를 제고해 투표 행위로 옮기게 하는 일련의 과정은 소비자 행동의 과정과 같다.
97년 이후로 2002년을 거치면서 2007년 대선에서도 많은 수사와 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다. 광고에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포스터, 동영상 등 매체에 따라 ‘어떻게’(how)는 다르지만, ‘무엇을’(what)은 일관되게 전해져야 한다. 이렇게 광고의 콘셉트는 ‘지름길의 수사학’으로 불리는 슬로건(Slogan)으로 요약된다. 슬로건은 광고 카피와 달리, 캠페인 기간에 계속해서 사용되며 핵심 메시지를 담는다. 한 번 치고 빠지는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잽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에서는 슬로건이 큰 구실을 하는데, 56년 대선에서 나온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와 자유당 이승만 대통령의 “갈아봐야 더 못 산다”는 널리 알려진 슬로건이다. 미국 클린턴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나 레이건의 “당신은 4년 전보다 살기가 나아졌느냐”, 브라질 룰라의 “행복해지기를 두려워 맙시다”는 국내에서도 패러디됐던 정치 슬로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매우 실망스럽다. 기호순으로 포스터 메인 카피와 슬로건을 보면 “가족이 행복한 나라, 좋은 대통령”(1번 정동영), “성공하세요,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2번 이명박),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3번 권영길), “다시 뛰자 대한민국! 부지런한 대통령”(4번 이인제), “500만개 일자리 대한민국 재창조, 믿을 수 있는 경제 대통령”(6번 문국현), “반듯한 대한민국, 듬직한 대통령”(12번 이회창) 등이다.
이렇듯 자신의 콘셉트를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유권자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슬로건은 찾기 어렵다. 행복이나 성공은 추상적인 단어이며, 경제와 대한민국의 조합은 신선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핵심적인 메시지보다 주변 메시지인 컬러나 후보의 사진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설득은 화자의 공신력(에토스·Ethos)에서 시작되지만, 메시지로서 슬로건(로고스·Logos)이 유권자의 심금을 울려야(파토스·Pathos)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슬로건은 유권자의 마음을 천천히(Slow) 설득하는 총(Gun)과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슬로건이 브랜드인 후보와 적절한가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쳤거나, 남들과 같은 색깔, 어디서 들은 것 같은 힘없는 메시지는 식상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정치광고의 소비자인 유권자는 많은 정보와 선택권을 갖고 매우 현명한 소비자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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