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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스러운’ 정치 행보는 계속된다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정상회담 뒤 NLL 발언 왜? 지지율에 목숨 걸지않고 필요하면 하는 스타일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생선초밥집에서 만난 청와대 인사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하나 날아들었다. “YTN 조사,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46.9% ‘잘하고 있다’.”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실에서 쏴주는 건지 모르겠으나, 때마침 YTN에서도 ‘노 대통령 지지도 급상승’이란 제목의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와대 인사는 “KBS에선 53.5%가 나왔는데”라며 YTN 조사 결과가 성에 차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또 까먹을 각오’ 하고 한 발언

10월2~4일 남북 정상회담 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회담 전만 하더라도 지지도가 30%를 밑돌았다.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거나 성공적’이라고 보는 국민은 전체의 70% 안팎에 달했다. 대통령 지지도가 50%를 넘은 건 2004년 탄핵 이후 처음이었다. 정상회담은 지난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지지도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별 뜻이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10월11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음날치 는 “국방부 입장과 다른 간담회 발언 논란”이라며 비교적 점잖게 비판했고, 는 “명백한 해상경계선을 군 통수권자가 폄훼”했다며 예상했던 대로 펄쩍 뛰었다. 누가 옳은지를 떠나 대통령의 말은 또 한 번 논쟁에 휩싸였다.

“논란이 될 게 뻔한 민감한 NLL 문제를 왜 지금 꺼낸 거냐?” 이름을 밝히길 꺼린 또 다른 청와대 핵심 인사에게 물었다. 그는 “분란이 있을 거라고 해서 할 일을 안 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노무현 자신도 ‘분란’을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모처럼 어렵게 쌓아올린 지지도를 ‘또 까먹을 것’을 충분히 각오했다. 출입기자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평양을) 다녀와서 여론조사상의 지지도가 많이 올랐지요? 약발이 얼마나 가겠습니까마는 (일동 웃음) 그래도 일단 올랐으니까 당분간 또 까먹을 수 있는 밑천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의 고민의 일단도 드러낸다. “국민들을 오도하면 여간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

‘W’자 지지도 곡선, 레임덕 설명 불가

정상회담에 이은 NLL 발언은 노무현이 좋든 싫든 다시 ‘독특한’ 노무현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무현의 독특한 정치 행보엔 세 가지 배경이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① 도덕적 우월성 ② 역사적 평가에 대한 자신감 ③ 끊임없이 국민을 이끌고 가기.’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노 대통령은 본인의 친·인척과 직접 관련된 게이트가 없어 상대적으로 도덕적 흠집이 적다. 그리고 역사적 평가는 예를 들어 좀더 대등한 관계로의 한-미 동맹 재편 시도나 한-미 FTA 타결 등 자신의 노력과 업적이 나중에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고, 현재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국민을 이끌려 한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대선이 불과 두 달여밖에 안 남았지만 ‘노무현다운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대통령이 특정 대선 후보 개인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으실 거다. 다만 참여정부 정책의 근간을 흔든다면 우린 문제 제기를 할 거다. 어느 것이 옳은지 정책 발언을 통해서라도 짚고 넘어갈 것이다.”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실에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반박 입장’을 정리해 내놓을 예정이다. 청와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선을 관전할 거 같진 않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을 ‘레임덕’(권력 누수)으로 쉽게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노무현은 다르다. 김윤재 정치컨설턴트는 “통상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노 대통령의 레임덕은 오래전에 찾아왔지만, 통치 특성상 레임덕이 존재하냐 아니냐의 틀로 설명할 수 없다”며 “여론을 통해 정치를 하고 본인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는 걸 실현하는 방식의 통치라기보다 자신이 보기에 국민들에게 필요하다고 믿는 걸 추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레임덕은 그의 ‘W’자 지지도 곡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그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에서 후반으로 가는 동안 하향 추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상승과 하강을 반복해왔다.

“노무현을 적어도 10년간은 더 주목해야”

대통령 퇴임과 함께 노무현은 자신만의 독특한 정치 철학과 행보에 마침표를 찍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2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친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을 퇴임하는 나는 권력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권력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겁니다. 시민사회 속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터뷰를 한 오연호 대표는 “그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퇴임은 마침표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다. 여기에 그가 임기 말에도 기죽지 않은 이유가 있다. 여기에 우리가 앞으로도 적어도 10년간은 노무현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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