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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위장전입엔 칼 갈았더라

등록 2007-06-29 00:00 수정 2020-05-03 04:25

같은 문제가 불거졌던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를 끌어내린 건 한나라당이었건만…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살지도 않았는데 주민등록은 가 있어요. 그것을 보고 위장전입이라고 합니다. 주민등록법 제10조 위반입니다.”(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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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가 너무 심각해서….”(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법에는 위장전입이라고 되어 있고 그것은 동의를 하시든 안 하시든 위장전입입니다.”(심 의원)

2002년 7월29일 국회 장상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한나라당의 심재철 의원은 장 후보자에게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받기 위해 질의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장 후보자가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하자 심 의원은 “살인을 할 의도와 목적이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살인”이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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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법 위반한 범법행위”

2007년 6월22일 국회 브리핑룸.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의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의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재직시 탈세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리면서, 위장전입 대신 ‘주소지 이전’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이 의원은 “196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총 24회의 주소지 이전 중 실제 주소지 이전은 21회”라며 “주소지 이전은 자녀 입학이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목적 이외의 부동산 투기 등 다른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어쨌든 위장전입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그 부분은) 이 후보가 직접 사과해서 확인됐다”며 “위장전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냐는 의혹이 있었던 것이고 오늘 말한 것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검증위의 이 후보 관련 내용은 “어쨌든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아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그동안 다른 목적의 위장전입 문제에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장상씨가 낙마한 이후 총리 후보자가 된 장대환씨는 2002년 8월27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사를 전제로 취학 이전에 아파트를 사긴 했지만 실제로 이사 가기 전에 미리 주소지를 옮긴 사실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을 미리 털어놓았다. 이에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돼 있는데 장 후보자는 범법자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꼭 위장전입 문제만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반대 당론을 채택했고, 장씨도 총리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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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그동안 ‘위장전입자’에 대해 꽤 강도 높은 책임을 요구해왔다. 2005년 5월 김원웅 국회 윤리위원장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자 김성완 부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윤리위원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 일말의 양심과 염치가 있다면 국회의원직을 내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고 논평을 냈다. 전여옥 대변인은 그해 3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고위공직자로서 이 부총리는 스스로 물러나야 옳다. 공직에 봉사하며 절제와 검소한 삶을 산 수많은 중하위 공직자들의 온전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 옳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검증의 잣대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위장전입자들에게 일관되게 들이댔던 잣대를 이명박 후보에게 적용하면서 안택수·심재철·전여옥 의원의 표현으로 바꾸면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은 아니더라도 어떤 목적에서건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범법행위이다. 공직에 봉사하며 절제와 검소한 삶을 산 수많은 중하위 공직자들의 온전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면 스스로 물러나야 옳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나라당 검증위는 모두 9명인데 간사인 이주호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 바깥 인사들이다. 검찰 핵심 요직(서울지검장)을 지낸 안강민씨가 위원장이고 법조계·학계·종교계 인사들이 2명씩, 감사원 출신과 국세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국민’검증위이다. 안택수 의원과 심재철 의원이 이 검증위에 참여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이들은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선대위에서 각각 부위원장, 인터넷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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