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의 국회의원 대상 ‘한미 FTA 전수조사’, 295명 중 135명 참여… 응답자의 86% “협상 진행하되 불리할 경우 접을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font>
[한미 FTA와 국회]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김민경 인턴기자 yukishiro9@naver.com
▣ 이혜민 인턴기자 taormina@hanmail.net
국회의 태도는 중요하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벌써 한미 FTA 2차 협상이 끝났지만 민주노동당을 빼곤 아직 각 정당들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의원들 개개인의 생각이 어떤지를 통해 국회 내 여론의 흐름을 가늠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정부의 여론 설득 작업, 대부분 부실하게 봐
은 국회의원 295명(재·보궐 지역 4곳은 뺌) 전원을 대상으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소장 김헌태)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7월15~21일 구조화된 설문지를 배포한 뒤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가 회기가 아니어서 외유 중인 의원이 적지 않은데다 지역구 수해 현장 방문 등의 이유로 135명의 의원이 설문에 참여했다. 한미 FTA를 주제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원들은 여야와 소속 상임위를 떠나 한미 FTA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의원들은 ‘정부의 한미 FTA 추진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물음에 24.4%가 “매우 문제가 있다”, 69.6%가 “문제가 있는 편이다”고 답해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모두 94.1%에 달했다. “별 문제 없다”거나 “전혀 문제 없다”는 응답은 5.9%에 불과했다. 특히 설문에 응한 열린우리당 의원 52명 가운데 94.2%가 한미 FTA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여권 내에서조차 정부의 ‘일방적’ 한미 FTA 추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인식이 지배적인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본 의원(127명)들 가운데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인가’라는 질문엔 “충분한 준비 없는 졸속 추진”이라는 응답이 50.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부족(39.4%) → 한미 FTA의 장점 홍보 부족(7.9%) → 미국에 끌려가는 듯한 협상 태도와 과정(2.4%)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는 일반인들의 여론과 큰 차이가 없었다. KSOI가 11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6.3%가 “국내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들을 고려해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의원이나 일반인들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일반 국민들이나 의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가 나름대로 아무리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준비 과정을 소홀히 했다’고 국민이 평가하면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협상 추진 과정의 문제로 꼽히는 ‘정부가 협상 준비 정도와 과정 등을 국회와 국민 앞에 성실하게 알리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무려 94.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집권여당의 한미FTA특위 의원들이 당정 협의를 통해 겨우 정부로부터 정보 공개 약속을 받아내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권오을 의원)가 해당 부처에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것 등은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한미 FTA 협상 접근권이 차단된 것을 방증한다.
우려점. 농업 피폐화> 양극화> 의료·교육
의원들은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무엇이라고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 “농업의 피폐화”(45.2%)를 첫 번째로 꼽았다. 사회 양극화 심화(25.2%) → 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 영역의 약화(15.6%) → 경제의 대미 종속 강화(11.9%) → 딱히 우려할 만한 현상은 없을 것(2.2%)이라는 순으로 이어졌다. 농어촌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처지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이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보다 훨씬 높은 70%의 비율로 농업의 피폐화를 가장 우려했다.
한미 FTA 타결이란 목표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된다는 의견이 높았다. 의원들은 ‘협상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협상을 계속 진행하되 불리할 경우 접을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85.9%)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실익이 적을 것이 명백하므로 현재라도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11.1%에 불과했다. 경제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는 응답도 2.2%로 적었다.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익명을 포함해 설문에 참여한 민주노동당 의원 9명은 모두 당장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한미 FTA 협상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하겠느냐’는 물음에도 모두 “반대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당론이 현재 추진 중인 한미 FTA에 대한 반대로 굳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최종 협상 결과물의 윤곽을 뚜렷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당의 의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질문에 의원들의 80%가 “협상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반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6.3%, “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가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묻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 내용을 보고서 찬반을 결정짓겠다는 응답은 의원 다수가 아직 뚜렷한 자신의 입장을 갖지 않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KSOI의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62.1%(찬성은 33%)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과 다소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협상의 추진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협상은 끝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한 셈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90% 이상의 의원들이 협상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FTA는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과정상의 문제를 보완하면서 성공시켜야 한다는 경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적 저항이 크면 소극적 처세를 할 것이고 내용이 일정하게 합의를 추동해나가면서 반대 여론이 약화되면 여론에 편승해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한미 FTA를 정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부정할 순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 한미 FTA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미 FTA 체결이 우리 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는 질문에 70% 가까운 의원들이 긍정적 효과를 예상했다. 의원들은 외부 충격을 통한 경제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48.9%) →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11.1%) → 수출 증가(4.4%) → 고용 창출(4.4%) 순으로 효과를 예상했다. 긍정적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은 24.4%로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내 근본적으로 FTA에 찬성하는 의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광범위하게 빨리빨리 수렴해 협상 과정에 반영한 뒤 한미 FTA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한나라당 내 정서를 잘 보여준다.
응답자 70%, 경제효과에 대해선 긍정적
‘자유시장경제’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대체로 ‘개방=선’으로 인식하는 한나라당은 근본적으로 한미 FTA 찬성론자들이 대세다.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청와대에서 거의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한미 FTA를 집권여당으로서 대놓고 반대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계량화할 순 없었지만 실제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의원들도 대체로 그런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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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특위 하나 없는 국회</font>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된 지 여섯 달이 돼간다. 지난 7월14일엔 2차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곧 있으면 3차 협상이다.
국회는 2월에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할 때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협의는 제쳐두고서라도 여전히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한 것이라곤 지난 6월30일 한미 FTA 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홍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송영길 의원을 간사로 내정하는 등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위원 배정을 끝냈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한나라당은 특위 위원 발표를 애초 12일로 예정했다가 18일로 미뤘지만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차원은 아니지만 당내 FTA특위 중심으로 나름대로 논의를 해나가고 있다. 또 정부와의 당정 협의 등을 통해 한미 FTA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받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 등 관심 있는 몇몇 의원들이 토론회 등도 열었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대응은 특위 구성조차 못한 것이 잘 보여주듯 미비하기 짝이 없다. 한미 FTA 해당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7일 ‘한미 FTA 제2차 협상 대응 방안 보고’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전에 한미 FTA 관련 상임위 전체회의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1차 협상 대응 방안 보고는 없었다. FTA 협상에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 분과와 직접 관련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20일 한미 FTA 협상의 농·수·축산물 부문에 관한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한 ‘국회 자료요구권 행사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관련 보고에 만족할 수 없던 의원들로서 참다 못해 국회법에 따라 1, 2차 협상 결과와 협정문 초안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들이 정당이나 국회 차원의 하나의 큰 목소리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못해 여론을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국회가 아직까지 한미 FTA 협상에서 감독·견제·조정 등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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