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본이 상품화한 문화,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집단이 주류라면 비주류는 새로움의 추구
문화판에도 주류·비주류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주류라는 말을 그다지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문화판에서 주류는 대자본 또는 대자본에 의해 형성된 문화권력을 의미한다는 비아냥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대중문화의 흐름이 어차피 시장논리와 함께 움직인다는 대중문화의 생산-유통-소비양식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주류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기보다는 대자본이 상품논리에 의해 ‘던진’ 주류개념에 문화 소비대중이 쫓아간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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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강내희 교수(영문과)는 “(주류는) 문화를 상품화해 상업문화를 이끌어내면서 문화분야에서 지배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강 교수가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경계에는 상업적 논리 및 새로움의 추구가 자리잡고 있다. 그가 보는 비주류는 언더나 인디 등 상업문화에 편입되지 않고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찾거나 지배적인 유통시스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대중음악에서 트로트는 주류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비주류는 아니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주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홍성태씨는 문화판의 주류는 업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의미에서 허구라고 본다. 이 점에서 강 교수의 논리와 엇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홍씨는 더 나아가 주류를 보수로 이해한다. “문화판에서는 비주류가 당당하다. 주류가 정치에서는 권력, 경제에서는 돈을 의미하더라도 문화적으로 주류가 된다는 것은 보수가 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많은 창작자들은 스스로를 비주류로 칭하기도 한다.” 홍씨는 그러나 주류와 비주류가 빈번히 교체되는 역동성에 주목한다. 그는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변화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곳이 문화판”이라며 “오늘의 인기스타가 내일의 인기스타가 될 수 없고 한때 주류이던 엘비스의 음악이 오늘날 주류가 아닌 것처럼, 모든 비주류 문화들은 주류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문화판에서 주류·비주류로 나누는 게 곧 권력을 쥐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홍씨는 “문화권력이 주류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며 “어찌보면 강준만 같은 사람도 비주류의 한축이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권력 중 하나가 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연세대 마광수 교수는 주류를 권력의 문제로 본다. “주류/비주류는 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신진작가를 평가하는 데서도 작품 내용보다는 그가 어떤 유파, 어떤 집단에 줄서느냐를 중시한다. 주류는 서로 봐주고 밀어주고 당겨준다. 정치적 색깔이 강한 게 주류다.”
우리 문화판처럼 다양성이 부족하고 비주류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현실에서 비주류는 최소한의 재생산도 불가능할 정도로 빈곤한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는 문화판의 주류에 절망한다. 그는 “예술작품 생산에서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볼 때 우리 문화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며 “미전 심사위원들이 쉽게 안 바뀌는 현실에서 죽으나 사나 한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에서만 예술작품이 인정되다보니 변하는 게 별로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주류라고 생각하는 집단은 자기 스스로 변화하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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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김 교수의 주류개념은 강내희 교수가 말하는 ‘새로움의 추구 결여’나 홍성태씨가 말하는 ‘보수’개념과 맞닿아 있다. 문화판의 주류집단은 자본의 힘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고정된 관념’을 문화시장에 끊임없이 유포시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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