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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주류를 바꾸겠다”

등록 2006-06-30 00:00 수정 2020-05-03 04:24

변화와 쇄신을 외치며 전당대회에서 독자후보를 낼 계획인 미래모임… 성과 낸다면 향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 커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한나라당 안에서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진행 중이다. 당내 주류세력의 교체다. 실험실은 7월16일 전당대회(전대)장이다. 주체는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국회의원 및 운영위원장 모임’(책임간사 박형준 의원·미래모임)이다. 미래모임은 이미 알려진 대로 “당이 5·31 지방선거의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와 쇄신, 그리고 미래세력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원내외 인사들의 연대체다.

남경필 의원이 “메인스트림(주류세력)이 되는 게 목표고 그게 안 되더라도 당을 건전하게 하는 소금과 밸런스(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미래모임은 명분뿐 아니라 당장의 정치적 목표도 분명하다.

84명의 원내외 인사 참여한 최대 모임

이미 미래모임에서 단일 후보를 전대에 내보내기로 하고 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확정한 후보를 6월30일 발표하기로 했다. 이재오-강재섭의 2강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미래모임 후보가 대표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순위 안에 들어 최고위원에 뽑힌다면 반타작은 거두는 셈이다. 전대 이후 새롭게 꾸려지는 최고위원회는 과거와 달리 의결기구로서 그 권한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최고위원을 배출한다면 ‘소장개혁’ ‘중도개혁’으로 불리는 당내 인사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 지도부에 곧바로 전달할 수 있는 상시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내용을 변화시킬 동력으로 꾸준히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모임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권을 접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6월23일 현재 미래모임에 84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여했다. 의원들만 53명이다. 미래모임이 느슨한 연대이긴 하지만 하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구성된 당내 최대 모임이다. 명분도 앞선다. 변화와 쇄신은 이제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누구도 부정할 수 있는 명제다. 미래모임은 분명 이 명제를 선점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듯한 양상에서 명분은 더욱더 빛날 수 있다. 또 ‘영남 지역당’ ‘수구 보수’ ‘부패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완전히 탈색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의 노선과 방향을 고민하는 당 안팎의 인사들에게 큰 호소력이 있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세력들이 미래모임을 중심으로 전대에 독자 후보를 내면서까지 각오를 다지는 것은 차기 당 대표와 지도부의 역할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 밖에 공정한 대선 관리인 정도로 비쳐지고 있지만 새로운 지도부는 사실 그 이상이다. 새 지도부 체제 아래 2008년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공천권이 이들의 손에 쥐어진다. 사실 국회의원들에게 내년 대선보다 그 이듬해 치러지는 총선이 더욱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당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다.

미래모임의 뜻대로 정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들은 직·간접적인 공천권 행사를 통해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에 불을 지필 힘을 얻는 것이다. 미래모임 참여자는 “여지껏 당 개혁이 계속 시도돼왔지만 바뀌지 않은 게 바로 인적 쇄신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과 거부감 때문에 이같은 얘기를 대놓고 할 형편은 못 된다.

이런 구상이 하루아침에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중도적 성향의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관료 출신으로 초·재선 중심의 ‘푸른 모임’,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초지일관’과 더불어 미래모임의 큰 축을 형성한 수요모임은 일찍부터 당내 주도세력의 교체를 꿈꿔왔다. 지난해 말과 연초 경기지사에 남경필, 서울시장에 개혁적인 이미지의 외부 인사 영입, 부산시장에 권철현 의원의 당선이라는 지방선거 시나리오를 통해 수도권과 영남에 발판을 마련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가다듬어왔다. 절반은 성공했다. 남 의원은 김문수 후보 단일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김문수 당선에 일조했고 박형준·원희룡 의원 등이 중심이 돼 공들인 오세훈 후보의 영입과 당선도 일궈냈다. 이같은 성과가 바탕에 깔려 있었던 덕에 미래모임의 외연도 쉽게 넓어질 수 있었다.

단일 대오 유지할 수 있을까

관건은 의외로 미래모임 자신에게 있다. 얼마나 견고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단일 대오를 유지해나갈 수 있느냐다. 일단 전대를 앞두고 모인 한시적이고 느슨한 연대조직이라는 점은 약점이다. 전대 이후 항로에 대해서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동전의 양면처럼 외연이 넓어지면서 결속력이 약하다는 것도 흠이다.

임태희 의원은 모임의 지속 여부와 관련해 “우리가 단지 전대 때 사람 뽑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동력이 되자는 것이다. 전대 이후에도 모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인사들이 모임을 지속을 바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임이 의미 있는 당내 정치세력으로서 계속되려면 전대 이후 뚜렷한 정치적 목적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남경필 의원은 “미리 얘기할 순 없지만 전대를 겪으면서 공통된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면 이후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앞길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 앞으로 줄서기하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수 있다. 성과를 낸다면 이를 바탕으로 경선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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