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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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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을 거 각오하세요”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 민주노동당 서울시 비례대표 1번 선후배, 심재옥과 이수정의 쾌도난담… 비상식이 상식처럼 돌아가는 지방의회 바로잡을 아름다운 왕따가 되자</font>

▣ 사회·정리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사회먼저 심 의원님께 지긋지긋한 임기를 마치시게 된 점을 축하드립니다.

심재옥(이하 심)얼마 전 서울시 의원 연봉이 6804만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는데, 아쉽네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고액 연봉자가 돼 있더라고요. (웃음)

이수정(이하 이)그런데 그게 그림의 떡이에요. 민주노동당에서는 전체 의정비 가운데 개인이 가져가는 돈은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인 월급 230만원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당에서 가져가거든요.

사회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웃음) 이수정 후보는 새로 보는 얼굴인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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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구몬학습의 방문교사를 시작하기까지 평범한 서울 시민이었습니다. 학습지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뒤늦게 노동자성을 자각했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회사에서 실적 관리나 영업으로 인해 부당한 인격 모독을 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회사의 업무 지휘 감독을 받는 노동자였지만, 신분상으로는 개인 사업자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었죠. ‘학습지 교사가 노동자냐 아니냐’는 논란의 와중에서 2000년 11월 ‘전국 학습지 산업 노동조합’(학습지 노조) 발기인 대회를 거쳐 노조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 구몬지부 지부장을 맡았습니다. 지금은 학습지 노조 선전국장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대의원으로 있습니다. 3월18일 서울시당 전체 투표를 해서 1번으로 선출됐습니다.

비정규직 정치세력화 위해 출마 결심

사회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비례대표 1번인데요. ‘그림의 떡’이 아니라 ‘눈앞의 떡’이다 보니,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그런 부담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나서지 않았어요. 저에게 “나가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응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에, 누군가 총대를 메지 않을 수 없었죠.

저도 비슷했어요. 20002년 민주노총 공공연맹 여성국장이었거든요. 그해 지방선거 방침을 결정할 때 비례대표 명부의 1번은 여성으로 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각 지역에서 “1번 여자를 찾으라”고 비상이 걸렸는데, 나타나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었죠. 생소한 지방의회에 갑자기 진출한다는 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 결정이 내려지는 데 제가 기여한 바가 컸기 때문에 제안이 왔을 때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사회막상 들어간 의회의 모습은 어땠나요?

하도 사건이 많아서 일일이 정리가 안 돼요. 첫날부터 황당했는데, 서울시 의원들이 뽑혀 첫 모임이 있었던 게 2002년 7월9일이었어요. 그날 의장단 선출을 하는데, ‘교황식 투표’라며 밑도 끝도 없이 의장 선거를 하자는 거예요.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해도 후보가 있고, “우리 반을 제일 공부 잘하는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하는 정견 발표가 있는데, 이건 그것도 없더라고요.

지금도 그래요?

그렇지요. 판이 미리 다 짜였더라고. 의장은 한나라당, 부의장은 한나라당 하나, 민주당 하나씩. 자기네들끼리 교섭단체라고 해서 말을 다 맞춰놓고, 소수당이라고 나만 따돌린 거지요. 4년 동안 일이 계속 그런 식으로 됐어요. 물밑에서 일이 다 이뤄지고, 공식 석상에서는 이를 확인하는 거지. 소수 정당의 ‘나 홀로 의원’으로 경험도 없고 정보도 뒤처지니까 고생을 많이 했지.

사회그래도 그건 너무 엄살인 것 같습니다. 2004년 1월인가 제가 서울시에 출입할 때 경실련이 “서울시 의회에서 가장 일 잘하는 의원은 심재옥이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던 것 같은데.

저는 서울대공원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대한 투쟁을 할 때, “우리는 심 의원 때문에 일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60~70대 할머니·할아버지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철회하라”며 서울시의회 앞에서 꽤 오랜 기간 투쟁을 했죠. 심 의원님 소개로 의회에 공식적으로 청원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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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된 뒤 두 달쯤 지난 2002년 9월 민주노동당으로 뽑힌 9명의 여성 광역자치단체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밤새도록 울고 웃고 수다 떨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인데다 워낙 비상식이 상식처럼 돌아가는 곳이 지방 의회니까. 막막한 대양에 혼자 남겨진 듯했는데, 돌아보니까 우리를 뽑아준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용기를 내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경남도 의회 이경숙 의원이 “정말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던 게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이 의원은 결국 2004년 9월 과로로 인한 급성심부전증으로 저 세상으로 갔는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반대토론 끝 얻어낸 기권 13표의 감격

사회그런 일이 있었군요. 의원님은 반대토론을 많이 하기로 유명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반대토론인데, 이 조례가 아파트의 재건축 제한 연한을 완화하고 임대아파트 비율을 낮추자는 내용이었거든요. 처음 조례가 통과될 때 반대토론을 했고, 시에서 요구해 재의결을 할 때도 반대토론을 했죠. 재의결을 막지는 못했지만, 개표 결과 반대 1표, 기권 13표가 나와서 성과도 있었죠. 반대토론이 길어지면 의원들이 “그만해” “내려와” 하며 막말도 많이 하고. 그러면 저도 “조용히 하세요” “끝까지 들으란 말이야” “예의 지켜” 이렇게 강하게 나가곤 했죠.

사회이 후보는 앞으로 어떤 일에 관심이 있나요.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2005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시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했는데, 노동법을 침해하는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위반 등의 내용이 많이 발견됐죠. 그동안 공공영역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너무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수정씨가 잘 해나가리라고 믿지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소수정당 의원으로, 그것도 여자가 험한 시의원들과 시 공무원들을 상대하려면 상처받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완전히 왕따가 되는데, 저는 그걸 ‘아름다운 왕따’라고 부르고 싶어요. 비상식적인 사회에서 그런 아름다운 왕따가 있어야 사회가 발전하거든요. 너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 같은 경우에는 기대하는 시선이 많으니까 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안에 뛰어다니며 목소리를 냈는데, 노력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거든요. 이수정씨는 한 가지 전문 분야를 만들고,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냈으면 좋겠어요.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걱정은 안 해요. 심 의원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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