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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중도 아닌 보수

등록 2006-01-04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치전문가 집단 설문조사… 다음 대선변수는 ‘이념갈등’…김근태에 대해선 88.5%가 “진보적”, 박근혜에 대해선 95.9%가 “보수적”평가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다음 대선에서 작용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오피니언 리더(여론 주도층)들은 이념갈등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월13일부터 12월20일까지 국회의원(27명), 대학교수(38명), 정치부 기자(27명), 시민단체 관계자(14명) 등 106명의 정치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권을 판가름낼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이념갈등(39.5%)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계층갈등(28%) > 지역갈등(20.7%) > 세대갈등(11.8%) 순으로 이어졌다.

일반인들은 “이명박이 진보에 가깝다”

그렇다면 차기 대권주자들의 이념 지형도는? 정치전문가 집단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가장 진보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가장 보수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을 점수로 나타내 1~4점을 ‘진보’, 5점을 ‘중도’, 6~10점을 ‘보수’로 정의했을 때, 김 장관의 이념 성향은 평균 2.91, 박 대표는 8.19로 조사됐다. 그 사이는 이해찬 총리(3.33) > 정동영 통일부 장관(3.97) > 손학규 경기지사(5.87) > 고건 전 총리(7.04) > 이명박 서울시장(7.33) 순이다. 이념 성향을 점수화한 것과 별도로 오피니언 리더들은 김근태 장관에 대해 88.5%가 “진보적”이라고 답했고,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95.9%가 “보수적”이라고 답했다.

오피니언 리더들과 일반인들의 인식 차이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소에서 지난 10월31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동영 장관이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김근태 > 이명박 > 이해찬 > 손학규 > 고건 > 박근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박 시장의 이념 지형은 독특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명박 시장이 박근혜 대표 다음으로 보수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일반인들은 이해찬 총리나 손학규 지사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봤다. 오피니언 리더의 88.2%가 이명박 시장이 “보수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일반인들은 “진보에 가깝다”(47.1%)는 응답이 “보수에 가깝다”(33.1%)는 응답보다 많았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일반인들이 이 시장에 대해 청계천 복원, 교통체계 개편 등 강력한 추진력과 업무 성과 등으로 인해 ‘변화와 개혁 추구’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해 3월12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중도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시장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이외에 논란이 된 많은 쟁점 법안과 정책에서 보수적인 한나라당의 당론에서 벗어난 입장을 거의 취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박근혜 대표와 달리 이 시장이 이념논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데다, 변화와 개발을 개혁과 진보의 이미지와 혼동해 인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 시장은 실제 자신의 이념 지형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유권자들이 중도 성향의 인물이라고 봐주는 것이 표밭을 넓히는 데 불리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또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이 시장(68%)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고건(8.1%), 박근혜(8.1%), 정동영(7.9%), 김근태(4.2%), 손학규(1.8%), 이해찬(0.9%) 순으로 답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의 58.3%, 진보개혁 성향층의 63.9%가 이 시장을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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