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제2기 지도부 선출 앞두고 자주파와 평등파 물밑 고민
김창현-조승수 대결 가능성 점쳐지는 가운데 천영세-단병호 출마설도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김혜경 대표를 비롯한 1기 지도부가 총사퇴한 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의원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항 중이다. 하지만 당 안에서는 이미 2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관심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내년 1월20~24일에 치러질 8만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 2기를 책임질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12월16일 선거공고가 나고, 30일 입후보자 등록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당내 각 정파의 물밑 고민도 치열하다.
겸직 금지로 권영길·노회찬 출마 못해
최대 관심사는 단연 당의 얼굴인 대표감이다. 특히 당내 각 정파간의 절충점으로 평가받았던 김혜경 대표 제체 1년4개월에 대해 자주파는 “조직 지분이 훨씬 많은데도 평등파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평등파 역시 “제 색깔을 못낸 채 공동집행부 안에 희석됐다”고 자책하는 만큼 당내 양대 계파는 2기 지도부의 당 대표감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김창현 전 사무총장과 조승수 전 의원의 대결 가능성. 김 전 사무총장은 당내 최대 정파인 자주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고, 당원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선 평등파에서는 조승수 전 의원을 대표감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조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울산에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당직공직 겸직 금지 규정을 존속시키기로 한 10월9일 제5차 당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중량감 있는 의원들의 출마가 봉쇄된 상황에서 나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의 대표 출마론에 대한 걸림돌도 많다. 자주파의 대표주자인 김 전 사무총장은 1기 지도부의 실책으로 손꼽히는 부유세 도입 논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올인에 따른 민생 현안 외면론 등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월31일 1기 지도부 동반 사퇴로 정치적 책임을 다한 만큼 다시 대표직에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승수 전 의원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데다, 울산 재선거에서 패배한 책임론에 덜미가 잡혀 있다. 당장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여당인 울산에서 10·26 재선거에 패배한 뒤 당 안팎에서 조 전 의원이 과연 의정 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두 사람 역시 안팎의 비판과 견제, 자기 한계 때문에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큰 정치적·도덕적 하자가 있는 건 아니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1기 지도부와 함께 총사퇴한 만큼 대표직에 재출마하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노 코멘트”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만 “1기 지도부 전체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고, 아직 마음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주변 동지들과 좀더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해 자주파가 집단 결의할 경우 출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
조승수 전 의원은 대표직보다 정책위의장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의원을 잘 아는 당의 한 인사는 “조 의원이 어쨌든 울산 재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고,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라 차기 당 대표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표 출마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주파와 평등파 모두 확실한 대표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최근 각 정파의 일각에서는 천영세·단병호 두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표에 출마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평등파는 단병호 의원을, 자주파는 천영세 의원을 대표감으로 고려하고 나름대로 깊숙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권영길, 노회찬 의원 등 이른바 거물 스타들의 대표 출마 가능성이 봉쇄돼 대중적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2기 지도부 선출투표의 흥행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 역시 위험 요소는 있다. 먼저 두 사람이 과연 의원직을 사퇴하는 결단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장 두 의원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단병호 의원의 한 측근은 “현실성이 없다. 지금 단 의원은 그런 문제를 깊이 고민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천영세 의원도 주변 지인들에게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 ‘빅 매치’가 현실화돼도 “정파적 이해를 앞세워 국민이 뽑아준 의원직을 버렸다”는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집행부’ 구성도 조심스레 거론
당 일각에서는 이런 복잡한 사정을 고려해 ‘통합집행부’를 구성하는 방안도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한 전직 최고위원은 “뚜렷한 대안도 없이 정파간 각축과 감정싸움을 하기보다 대표는 통합집행부로 꾸리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최근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량감과 자질을 두루 갖춘 뚜렷한 대표감이 없는 상황에서 정파가 치열한 쟁투를 벌이는 자살골보다는 모든 계파가 무난하게 절충할 수 있는 대표를 뽑자는 얘기다. 경남도당위원장인 문성현 비대위 집행위원장 등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물론 공동집행부가 지방선거와 대선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해소해야만 현실화될 수 있다.
한편, 자주파에 속한 최규엽 전 홍보위원장, 평등파에 속한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이 대표직 출마에 마음을 두고 움직인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계속 나돌고 있다. 물론 최 전 홍보위원장은 “총사퇴한 마당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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