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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다르크’ 가 움직인다

등록 2005-06-09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국에 건너갔던 잊혀진 여인, 추미애 전 의원 왜 입열었나
대통령 자극하지 않는 노선으로 범정치권 찔러보는 ‘재기’ 의 포석?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추다르크가 다시 움직인다.”
여의도 정치권에 모처럼 추미애 전 의원의 근황이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17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작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발의에 동참하면서 그는 ‘차기 대권 후보감’에서 ‘잊혀진 여인’으로 몰락했다. 보따리 싸들고 미국으로 떠난 뒤에는 스스로 국내 정치와 담을 쌓고 살았다. 동료 정치인들과도 접촉을 거의 끊은 채 1년 가까이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대학원에서 남북 문제와 경제 분야 연구에만 몰두했다.

노무현 옹호 발언에 민주당은 당혹

그런데 추 전 의원이 요즘 다시 ‘언론발’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26일 미국 워싱턴에서 헤리티지재단 주최로 열린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노무현 정부와 흡사한 북핵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은 그 유사성에 의문을 던졌고, 추 전 의원은 “정치인으로 노 대통령이 정치하는 방식을 반대하는 것과, 국가 원수로 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을 방어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답했다. 추 의원은 또 “국민들이 이미 평가하고 심판했다. 국민 통합이 아닌 개혁세력의 분열로 가면 좋은 인재들이 사장된다”면서 “미국에서 (노 대통령을) 다시 공격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추 의원의 이 발언은 4·30 재보선 이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향해 “정통 야당인 민주당을 깬 배신자”라고 비판을 퍼부어온 한화갑 대표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추 전 의원이 왜 지금처럼 민감한 시점에 노 대통령을 두둔하는 얘기를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하지만 연락이 안 닿는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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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 전 의원의 최근 언행을 정치적 활로 모색을 위한 ‘변죽 울리기 전략’으로 해석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다른 한 관계자는 “추 전 의원이 현재 민주당 체제에서 할 역할은 없다”며 “결국 미국에서 미국 정부의 강압적인 대북 정책 비판, 여권에 대한 우호적 발언 등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지난해 탄핵 국면,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사이가 벌어진 한화갑 대표 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재기가 어려운 만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 등 판이 크게 흔들릴 상황에 대비한 장기 포석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갑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 체제가 앞으로 2년 동안은 지속된다. 결국 추 의원이 귀국해봐야 당 부대표 정도를 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추 의원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비판적 정서도 그의 민주당 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핵심 당직자들은 추 의원에 대한 두 가지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비판한다. 먼저 미국행 직전에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주선으로 마련된 조순형 전 대표와의 화해 모색 자리 파문이다. 지난해 4월 총선 후보 공천권을 놓고 당 대표 직인 쟁탈전인 이른바 ‘옥새싸움’까지 벌였던 구원을 풀자는 자리였지만, 서로 감정싸움만 하다 헤어졌다는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이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입각을 제의한 사실이 알려진 올해 1월 추 의원이 보인 태도에 대한 불신이다. 당시 추 의원은 한 일간지 기자에게 자신도 “여권의 입각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조직적인 민주당 파괴 공작을 공격할 호기를 맞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추 의원은 민주당과는 분리의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시 어렵게 미국 연락처를 알아내 물었더니 추 의원은 오히려 ‘노 대통령이 선의로 입각을 제안한 것이니, 그것이 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이용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며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민주당에는 추 의원이 이때부터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노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노선을 택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언행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현재 추 전 의원의 의중을 정확히 대변하고 해석해줄 창구는 남편인 서성환 변호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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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변호사는 <한겨레2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추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말 그대로만 받아들여 달라”면서 “추 의원은 헤리티지재단 토론과 이후 기자간담회 발언이 국내 정치 복귀용으로 해석되는 것에 몹시 기분 나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추 전 의원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 매파들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했고, 지금까지 미 국무성, 국방성 관리들을 만나 지속적으로 설득해왔다”면서 “애국심을 갖고 하는 일을 왜 국내용으로 해석하느냐”고 비판했다.

“공부가 성숙되면 귀국” 묘한 여운

하지만 추 전 의원이 아직 민주당적을 유지하는 이유와 정계복귀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서 변호사는 “민주당은 어쨌든 추 의원의 정치적 고향”이라며 “추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도 잘되기를 바라고, 함께 정치했던 사람들도 좀더 개혁적으로 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바도 없고,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추 의원은 언제쯤 국내 정치에서 발을 들일 것인가. 추 의원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추 전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 등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개혁세력으로 통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며 “마음은 이미 돌아섰고,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인 서 변호사는 “남북 관계, 한국 경제 등에 대한 공부가 성숙되고, 그것을 한국 정치나 정부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귀국할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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