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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소주 사주면 마시겠다”

등록 2005-04-12 00:00 수정 2020-05-03 04:24

정동영계 지원 논란에 휩싸인 열린우리당 이상호 청년위원장… “국보법 대체입법은 목숨 걸고 막는다”

▣ 글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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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장수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의 국민경선대책위원장,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대표를 거쳐 지난 1월 장외 친노 인사들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국민참여연대’ 결성을 주도한 미키루크 이상호씨. 그가 4월2일 전당대회에서 당 청년위원장에 선출됐다. 40살 이하 청년 기간당원들의 직선으로 뽑힌 그는 “유명무실한 당 청년국을 강화해 조직국과 업무 범위를 명확히 나누고, 각 대학교에 열린우리당 지지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회와 의사소통을 모색하겠다”며 당의 사무처장이 임명하던 청년위원장과는 전혀 다른 역동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직과 홍보의 달인’ ‘무작정 밀어붙이는 미친루크’라는 호평과 악평이 공존하는 그는 4월2일 경선 과정에서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아직 그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유시민 의원이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정동영계와 적대, 김근태계와 연대’ 원칙을 밝히자, 그는 가장 먼저 유 의원을 비판했다. 뒤를 이어 우상호·김영춘·임종석 등 이른바 열린우리당 대표 386들이 ‘릴레이식 유시민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또 국참연대 일부 회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염동연·송영길·한명숙 의원을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국참연대 소속 대의원 1800여명에게 이들에게 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친정동영 장관 성향인 이씨와 국참연대 핵심들이 이번 경선에서 실용 블록 후보들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월7일 서울 광진구 국참연대 회원 상당수가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개혁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국참연대에 가입해 활동했는데, 당 지도부 경선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참연대는 그 절차적 정당성, 목적성, 도덕성에 치유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국참연대 광진을 운영책임자인 안종순씨는 △국참연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가입한 현역 의원들에게 이용당했고 △주도자들은 유 의원을 지독하게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송영길·김영춘·우상호·임종석 등 386들의 경거망동에는 침묵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한겨레21>은 논란의 정점에 선 이상호 청년위원장을 만나 이런 의문과 국참연대의 진로에 대해 물었다.

386 의원들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아

국참연대 일부 조직이 경선 과정에서 정당성과 정체성을 상실했다며 탈퇴를 선언했는데.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자발적 회원 조직인 만큼 개별적 탈퇴는 얼마든 가능하다. 그런데 집단을 이뤄 탈퇴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

광진 지역이 유시민 의원과 가까운 김형주 의원 지역인데 정치적 반발이라는 것인가.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의도가 있다.

국참연대가 경선 과정에서 유 의원만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인 것 같은데.

나는 유 의원 개인을 비판하지 않았다.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정부에서 일하는 (정동영·김근태) 두 장관을 끌어들여 당내 경선을 대리전 양상으로 만들고, 두 계보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겠다고 말한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비판했다. 당원 중심의 정당 개혁을 얘기하는 유 의원이 그런 정당을 향한 정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김근태 장관계와 손을 잡겠다고 한 것도 논리적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왜 ‘유시민 때리기’에 나선 386에게는 동일한 비판의 잣대를 대지 못했나. 386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인가.

386 의원들의 릴레이식 유시민 비판에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가 너무 빤하게 보인 것이었다. 다만 그들의 유 의원 비판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그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와 활동을 근거로 한 것이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었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유 의원 지지자들이 386 의원들을 박살낸 상황에서 내가 그들을 비판할 경우 청년위원장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볼까 우려했다. 우리 안에서 평소 개혁 대표성이 강하고 충정도 강한 지지자가 많은 유 의원을 비판하지 못했던 문화가 있다. 당연히 경선 때 집중 포화를 퍼붓는 게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386 의원들도 이제는 선거 때가 아니라 평소부터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솔직히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좀 떳떳하지 못하다.

유 의원과 국참연대, 386 의원의 감정적 갈등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여하튼 유 의원은 경선을 통해 지도부가 됐고, 386 대표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떨어졌다. 이제 유 의원이 포용력을 발휘할 때다. 나는 유 의원이 상당히 중요하고 소중하게 쓰여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워딩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이다.

유 의원에게 화해를 먼저 제안할 생각은 없는가.

언제든 소주를 사주면 마시겠다. 우리의 상대는 정해져 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다. 그들이 뻘짓하고 난동을 부릴 때 우리는 뭉칠 수밖에 없다. 다만 같은 당인데 억지로 화해하려 노력하는 게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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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참연대는 당원에 의한 당 개혁을 내걸었지만, 경선 결과 1, 2위를 차지한 문희상·염동연 의원은 지도부의 당원 지도쪽에 무게가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개혁은 인물 중심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참연대와 (유시민 의원 중심의) 참여정치연구회 등 당원 주권 시대 열자는 당원 운동을 전개한 조직들이 이제 당의 대세를 형성했다. 당헌·당규에 나온 기간당원제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의장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은 사무처장 역할에 불과하다. 모든 중요 사안은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결정되는데 거기에 많은 사람이 수혈됐다. 당의장도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건설이란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누구 때문에 그리 되지 않을 거라고 예단하는 것은 당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동영이 국참연대에 줄 선 것

결과론적으로 국참연대는 ‘개혁 지도부 구성’보다는 ‘실용 지도부’를 지지했는데.

전혀 동의할 수 없는 평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니, 보수언론이 ‘개혁 대 실용’ 논쟁을 부추겼고, 후보들이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그것을 확대재생산했을 뿐이다. 실제 당헌·당규에서 규정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 아니냐로 판단해야지 지도부의 컬러로 예단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정한 당헌·당규의 권위를 부인하는 것이다.

문희상 의장은 ‘여야 합의를 전제로 국가보안법 대체입법론’을 언급하고 있다.

국참연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게 바로 보안법 폐지 당론이다. 완전 폐지 외에는 어떤 타협도 없다.

문희상 의장이 대체입법론을 주도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안법 폐지는 선명성 경쟁이 아닌 가치의 문제다. 대체입법 뒤 다시 폐지로 가려면 상당 시간이 걸린다. 한나라당이 어거지로 반대하는 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이기에는 열린우리당의 힘이 약하다. 하지만 대체입법 협상은 보안법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미 ‘레닌 동상’이 된 보안법은 국민들 손으로 새끼줄을 묶어 끌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국참연대와 열린우리당 당원의 몫이다. 국민이 폐지를 절실히 느끼지 못한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 국참연대 소속 6명의 중앙위원들은 모든 것을 걸고 대체입법은 막겠다. 이것은 참정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국참연대의 진로는

보안법, 기간당원제 정착 등 핵심 개혁과제에는 꾸준히 목소리를 내겠다. 하지만 정파간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 이제는 ‘국민 속으로’라는 테마로 열린우리당 지지자를 확산하는 지역 중심의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국참연대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정동영 장관과 연계설이다. 김근태 장관에게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 아닌가.

최소한 노사모로 대표되는 우리는 시간, 돈, 몸을 다 대주고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런 우리가 공천권도 없는 정치인에게도 줄 설 이유가 없다. 국참연대가 친정동영이 아니고, 정 장관이 국참연대에 줄을 선 것이다. 정 장관은 n분의 1에 해당하는 정치인일 뿐, 국참연대는 친정동영이 아니다.

김근태 장관이 친국참연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잘해야지요. 요즘은 잘하시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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