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마다 비난 여론 의식해 개정 극구 부인해도 국회차원의 논의 예정돼있어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의 후원회 제도 부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허용 문제가 여론의 거센 역풍에 직면하자 여당 지도부는 ‘실체 없는 논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임채정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는 1월16일 “정치자금법 개정과 관련해 어떤 검토 지시도 당에서 내려간 적이 없고, 현행법에 수정을 가하려는 움직임도 없다”며 “언론이 가정(보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 후원회’ 바라는 의원들의 속내
한나라당도 지난해 3월12일 소액다수 후원금 원칙에 따라 여야가 합의 처리한 ‘오세훈 법안’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새 정치자금법으로 지난 17대 총선이 대청소됐다”며 “현행법으로 18대 총선을 치른다면 우리 정치 문화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강경 분위기와 달리 정치자금법 개정 논쟁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속사정은 아주 복잡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인들과 세액공제가 가능한 10만원 이하 개미군단의 지원으로 한해 동안 1억1천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는데, 이 돈은 겨우 숨을 쉴 정도일 뿐 제대로 된 정책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면서 “모금액 한도를 늘리는 것은 문제지만, 한도액도 못 채워 정책활동을 제한받는 문제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도 “나는 소액다수 후원자들로부터 1년 모금 한도액인 1억5천만원을 다 모았지만 내 방식을 모든 의원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한도액을 모을 수 있는 다른 길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 부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내놓고 외치기는 어렵지만,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완화 움직임에 완강하게 반발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가 지난해 12월 소속 의원 81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77%인 62명이 ‘정치자금법 가운데 지나친 규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40%의 의원들은 ‘법인의 후원회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37%는 ‘(국회의원) 후원회 부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열린우리당 정개특위의 주요 개선항목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개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박형준 의원은 “의원들의 개인적 필요에 따를 경우 바뀌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당의 입장에서 결정할 때는 의원들의 편의만 따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반대 당론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눈이 바꾸지 않는 이상 재개정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현실적 요구는 강하지만 여론이 반개혁적 시도로 평가하는 개정 움직임에 쉽게 동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 정개특위·정개협 불씨 남아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이강래 열린우리당 의원)가 24일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인데다, 여야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위원장 김광웅)가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웅 정개협 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긍정 검토하고, 집회에 의한 후원금 모금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래 정개특위 위원장도 “중앙당이나 시·도당의 경우 제한적으로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 허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정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 후원회 개최를 금지하고 우편 방식의 정치자금 모금만 허용한 현행 제도에 대해서도 “우리 문화에 맞지 않아 모금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개정을 둘러싼 의원들의 현실적 요구와 비판 여론 사이의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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