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출전티켓’ 거머쥐기 위한 열린우리당 당권레이스 가열… ‘문희상 대세론’뒤집힐 수도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여권이 4월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권 경쟁 국면으로 급속히 빨려들고 있다. 중진의원 그룹의 정세균 의원 합의추대로 싱겁게 끝난 원내대표 선거와 달리 열린우리당의 당권 레이스는 과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은 오는 3월11일부터 시작되지만, 벌써부터 후보들이 난립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문희상·신기남·한명숙·장영달·김혁규·염동연·조배숙·유시민·김원웅·송영길·김영춘·이종걸·김희선 의원, 명계남 국민참여연대 의장,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여권 안팎에서 출마설이 나도는 후보만도 15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4월2일 전당대회에 나설 본선 진출자 8명을 거르는 제1차 관문인 3월10일 예비 선거전이 후보자들 사이에 당면 과제로 등장했다. 계파, 세대, 성, 출신 지역에 따라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 단일화 논쟁이 가열되고, 다양한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등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한명숙·신기남의 파급력은?
열린우리당 당권 레이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뒤늦게 돌출한 ‘한명숙 변수’와 ‘신기남 변수’의 파급력이다. 최근까지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문희상 대세론’에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으로 친노직계 그룹의 좌장이라는 정치적 비중, 특정 계파에 쏠리지 않는 처신, 연륜과 정치력 등을 볼 때 문 의원이 무난하게 ‘공정한 관리자’인 당 의장에 선출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결국 당내 각 계파의 대표주자와 개별 후보들이 나머지 4개의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비교적 단순한 구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당권에 전혀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한명숙 의원이 막판에 당권 경쟁에 뛰어들고, 고심을 거듭해온 신기남 의원이 2월20일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경쟁 구도는 고난이도의 복합방정식으로 돌변했다.
환경부 장관 출신인 한명숙 의원은 이른바 ‘책임여당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당 의장 경선을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의 대리전이나, 계파간 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면서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원활한 당·정·청 관계를 구축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가 ‘노심’을 대변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 의원의 이런 구상과 배경은 문희상 의원과 겹치는 것으로 ‘문희상 대세론’에 익숙해 있던 당원들과 각 계파들에게 고민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장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득표력을 보여줬던 신 의원은 ‘개혁성 회복을 통한 당 정체성 강화론’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기세다. 신 의원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열린우리당은 정체성 상실과 내부 분열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선명한 개혁 기조로 단결해 제2의 창당을 통한 강한 우리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이런 주장은 ‘실용주의’에 가까운 문희상·한명숙 의원뿐 아니라 개혁성 강화를 열망하는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도부 입성을 꿈꿔온 재야파나 개혁당 그룹 후보들의 득표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권 내부의 유력 대선 예비주자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중심의 ‘재야파’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주축으로 한 ‘구 당권파’ 사이에 펼쳐질 당권 경쟁 전략도 흥미를 끄는 포인트다. 여권 안에서는 최근까지 ‘정동영-문희상’ 대 ‘김근태-장영달’의 대리전 구도가 정설로 받아들졌다. 정 장관과 그 계보 의원들의 모임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가 문희상 의원을 당의장으로 전폭 지원해 2007년 대선에 유리한 판세를 만들려는 반면, 김근태 장관과 국민정치연구회에 몸담은 재야파는 장영달 의원을 대표선수로 내세워 맞선다는 것이었다. 물론 ‘문희상 대세론’ 덕분에 정동영 장관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최근 ‘문희상·한명숙·신기남의 3각 경쟁’ 구도로 당권 레이스가 재편되면서 두 진영 모두 전술 변화를 고심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심하는 정동영, 숨통 트인 김근태
내부적으로 문희상 의원 지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장관쪽은 한명숙 카드의 급부상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정 장관 계보에 속한 한 의원은 “한명숙 의원이 당 의장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혀 문희상 의원을 적극 밀었는데, 한 의원이 갑자기 도전장을 내면서 사정이 아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문 의원 지지 방침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한 의원 지지로 바꿀 것인지를 두고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당권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문희상 당권-정동영 대권’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과 가까운 의원들은 심층적인 내부 논의를 거쳐 조만간 최종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희상·한명숙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지지표를 몰아주는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선택에 발목을 잡고 있다. 뒤늦게 한 장관 지지로 선회할 경우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문희상 의원의 반발이 예상되고, 현재의 방침을 고수할 경우 김근태 장관 중심의 재야파가 한명숙 의원과 연대해 급부상하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 장관 중심의 재야파는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인 듯한 분위기다. 재야파는 그동안 장영달 의원을 당 의장 카드로 올인하는 전략을 구상했지만, 정 장관쪽의 ‘문희상 카드’에 견줘 약하다는 이유로 고민을 거듭해왔다. 물론 김원웅·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 인사들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후보와 이른바 ‘개혁연대’를 구축해 장 의원이 당권을 장악하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그 결과를 확증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관리자’를 자임하는 한명숙 의원과 ‘개혁강화론’을 내건 신기남 의원 출마로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특히 한 의원은 민주화운동 이력 등을 볼 때 김근태 장관과 가깝고, 재야파 의원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소속이기도 하다. 결국 김근태 장관쪽은 1인 2표를 행사하는 전당대회에서 한표는 장영달 의원을, 다른 한표는 한명숙 의원을 선택하는 ‘전술적 연대’를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김 장관쪽의 한 핵심 인사는 “누가 당 의장이 될지 아무도 확증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모든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있다”며 확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초기부터 한명숙 의원을 열린우리당의 훌륭한 관리자로 생각해왔고, 그 원칙은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명숙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문제는 재야파의 대표주자를 자임해온 장영달 의원쪽의 계산이 김 의원과 좀 다르다는 것이다. 장 의원의 핵심 측근 인사는 “한 장관의 과거 이력을 볼 때는 우리와 민주화의 한길을 걸었지만, 이후 행보는 개혁 선명성을 내세운 우리와 맞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떠나 역동적이고 개혁적인 당 의장이 개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우리쪽 처방과 ‘관리형 당의장’을 염두에 둔 한 장관쪽 처방은 다르다”고 말했다. 당권 레이스를 ‘개혁 대 실용’의 대결 구도로 몰아 개혁 성향 당원들의 지지로 당 의장이 되려는 장 의원의 전술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명계남 의장, 도전할까 말까
‘평당원에 의한 열린우리당 접수’를 선언하고 당권 도전을 준비해온 장외 친노세력의 결합체인 국민참여연대의 선택도 열린우리당 경선 국면에서 주요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국민참여연대는 그동안 열린우리당 대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장악할 수 있다며 명계남 의장의 당권 도전을 공언해왔다. 명 의장이 출마할 경우 5명의 선출직 상임중앙위원 당선은 ‘떼어놓은 당상’이고, 당 의장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참연대도 급박하게 변화하는 당권 경쟁 구도 속에서 명 의장 출마 포기 등 전술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상호(인터넷 필명 미키루크) 수석부의장은 “국참연대 안에서 명계남 의장의 당권 도전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다수지만, 후보자들이 난립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중앙위원 등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예비 경선’에서 명계남 ‘비토 투표’가 나올 수도 있어 최종 결심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8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 당 중앙위원, 시도당 선출직 상무위원, 여성 상무위원 등 460명이 예선 투표를 통해 ‘8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데, 현역 의원들과 개혁당 그룹이 강세인 중앙위원들 사이에는 이른바 ‘딴따라 출신의 당권 도전’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해 예선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참연대는 예선전 투표권자에 대한 성향 분석을 마친 뒤 명 의장 출마 문제를 결론내기로 했다. 국참연대는 명 의장이 출마할 경우 전폭 지원하고, 출마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후보들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기로 했다. 국참연대의 핵심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에 나설 경우 재선그룹 대표자로 나설 소장파 의원에게 한표를 던지고, 나머지 한표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성공에 기여할 후보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한명숙 의원이 상대적으로 가장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노세력의 적자’를 자임해온 개혁당 그룹도 열린우리당의 당권 레이스에서 관심을 끄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개혁당 그룹은 4월2일 전당대회를 통해 5명의 선출직 상임중앙위원에 개혁당 출신을 진출시킨다는 목표 아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모두 출마를 공언하는 가운데, 예선전 통과와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유시민 의원이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듭되는 등 ‘대표선수’ 선정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개혁당 그룹의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는 2월20일 전국이사회를 열어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당권 도전을 공언해온 김원웅 의원은 “참정연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기간당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정치축제의 장인 전당대회를 계보정치의 한 부분으로 격하하는 일”이라며 후보 단일화 논의를 거부했다. 김원웅 의원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참정연이 계파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다른 계파나 당원들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며 “당원들을 상대로 선명한 개혁 리더십 구축의 필요성을 직접 설득하는 정명 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내부 사정을 볼 때 개혁당 그룹은 오는 3월11일 예비 경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가 최종 정리된 뒤에나 단일한 전선을 구축하고, 당내 다른 계파와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당·소장 재선그룹, 교통정리 중
이른바 소장 재선그룹의 상임중앙위원회 진입 여부도 정치권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은 원희룡 최고위원 등 젊은 정치인이 지도부에 포진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올드 보이’ 중심으로 새 지도부가 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간당원들 사이에 재선그룹의 상임중앙위원 진출을 바라는 기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길·김영춘·이종걸·임종석 등 후보군들 사이에 교통정리도 시도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흥행’을 위해서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임종석 의원의 출마를 희망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임 의원이 선배들과의 경쟁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불출마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영길·김영춘·이종걸 의원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국참연대는 명계남 의장이 불출마할 경우 공동대표인 이종걸 의원이 출마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3월2일 당의장 선거일을 공고한 뒤 후보 등록을 받는다. 3월10일 ‘8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예비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11일 후보자 정견발표회를 시작으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계파, 후보, 지역별 친소관계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 유력 대선주자들 사이의 대리전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는 이때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출석 요구 3번 만에 나온 경호처장 “대통령 신분 걸맞은 수사해야”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고립되는 윤석열…경찰 1천명 총동원령, 경호처는 최대 700명
경호처 직원의 ‘SOS’ “춥고 불안, 빨리 끝나길…지휘부 발악”
25년 경호 공무원의 조언 “대통령 ‘개인’ 아닌 ‘공인’ 지키는 것”
또 튀려고요? [그림판]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윤석열 체포 저지’ 박종준 경호처장 경찰 출석
돈 더 주고 대형항공사 비행기 타야 할까? [The 5]
윤석열 탄핵 찬성 64%, 반대 32%…국힘 34%, 민주 36% [갤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