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지세 팽팽하다 최근 노무현 반대 움직임 가속화… ‘과거사’엔 비판적 서민경제정책엔 호응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40대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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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특히 40대가 민심 이반을 선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젊은층이 진보개혁 성향을 토대로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반면에 나이가 많을수록 보수안정 성향에 따라 현 정부에 비판적인, 그동안의 여론 흐름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잘한다” 전체 22.5%, 40대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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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연구실장 한귀영, www.ksoi.org)가 11월9일 전국 성인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잘한다’는 응답이 22.5%로 같은 기관의 올해 연속 조사에서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그림 1). 이런 가운데 40대만을 놓고 보면 ‘잘한다’가 11.6%로, 20대의 29.2%, 30대의 24.3%, 50대 이상의 23.7%와 큰 차이를 보였다(표 1). 같은 기관의 10월5일, 10월19일 조사에서 40대의 노 대통령 지지도가 20~30대보다는 낮지만 50대 이상과는 비슷했던 흐름과도 달라진 것이다. 이런 추세는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조용휴 폴앤폴 대표, 이상일 티엔소프레스 차장 등은 밝혔다.

물론 지금의 40대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미디어리서치의 대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가 강렬하게 노무현 지지, 50대 이상이 이회창 지지 성향을 보인 반면에 40대는 이회창 48.0%, 노무현 47.8%로 나타났다(표 2). 즉, 40대가 과거에는 진보·보수 가치를 대변한 양 진영 사이에서 현실주의적으로 저울질하다가, 최근 들어 노 정권 지지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가속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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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그 배경과 관련해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11월9일 조사에서는 경제 전망에 대해 전체적으로 ‘나빠질 것’ 42.3%, ‘별 변화 없을 것’ 42.2%, ‘좋아질 것’ 14.5%로 비관적 전망이 과반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40대만 떼어보면 ‘좋아질 것’이 9.9%, ‘나빠질 것’ 54.0%로 다른 세대보다 비관적 전망이 한층 우세했다.
이런 결과는 40대가 다른 세대 이상으로 경제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강렬하게 느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47·서울 노원을)은 “40대는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과 자신의 미래, 부모 부양 문제를 포함해 삼중의 부담을 짊어진 세대”라고 말했다. 20~30대가 자신의 미래만을 생각하면 된다거나, 50대 이상이 최소한 부모 부양 부담에서 자연스럽게 해방된 점과 비교해도 40대의 ‘절박한’ 처지가 이해된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열린우리당에서 “40대끼리 모여보자”고 해서 만든 의원모임 ‘아침 이슬’의 간사를 맡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4대 입법 중 하나인 과거사 진상규명법과 관련해 11월9일 여론조사 결과는 전체적으로 찬성 57.0%, 반대 40.4%로 나타났다. 대체로 6 대 4의 찬반 비율이 8월 이래 꾸준히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40대만 보면 이 법안 찬성이 39.7%, 반대 56.5%로 이전 시기와 달리 찬반 여론이 역전됐다. 또한 50대 이상(찬성 47.5%, 반대 50.7%)과 비교해도 40대의 과거사 규명 법안 반대 비율이 높았다. 같은 흐름은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국가보안법에 관한 태도에서도 확인됐다.
여당의 4대입법 추진에도 시큰둥

이것을 보면 40대가 애초 4대 법안의 명분에 공감을 표시하다가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자 “이런 마당에 웬 과거사”라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 같다. 또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4월 총선 승리 이후 국가보안법, 과거사 등 정치성 이슈를 주요 국정 어젠다로 제기했던 것이 초반의 ‘반짝 효과’와 달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총선 승리 이래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거듭 말해왔다. 그러나 경제관료 중심으로 기존 정책 패러다임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기를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렇다 할 새로운 처방이 제시된 바 없었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하더라도 국민들이 볼 때 “경제를 챙긴다는 것은 말뿐이며, 실제로는 정치 공방만 벌인 것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는 정부·여당의 돌파구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일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조사에서 ‘집 또는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높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찬성’ 86.9%, ‘반대’ 12.2%로 압도적인 지지 여론이 확인됐다. 반대 여론은 대구·경북 지역, 50대 이상, 자영업과 블루칼라층, 고소득자, 한나라당 지지층에 그런대로 존재했다. 이에 관한 한 40대도 찬성 대열에 확고하게 가세했다. 연구소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경제 정책으로 (10·29 대책을 비롯한 일련의) 부동산 정책과 함께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종합부동산세가 10억원 이상의 고액 부동산을 소유한 일부 소수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점”에 주목했다.
최근 노 대통령이 경제 양극화의 심각성에 주목하면서 청와대에 경제정책 기조를 재점검할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누가 봐도 지금은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높아지면서 정부·여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저항감이 커지며 이는 다시 국정 수행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한국사회여론연구소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으로 ‘40대 민심’은 정부가 경제·사회 개혁을 어떻게 해나가느냐를 주시할 것 같다. 20~30대는 탈권위주의를 비롯해 갖가지 취향과 패션에 민감하며, 50대 이상은 이념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흔히 분류된다. 반면에 40대는 “내 생활을 어떻게 나아지도록 만들어줄지”를 훨씬 현실적으로 따지는 세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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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를 일으켜세워라” |

이들은 자신이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 ‘국민가요’ 성격인 양희은의 을 모임 이름으로 따왔다. 이들을 ‘긴급조치 세대 모임’, 즉 박정희 정권 말기 학생운동과 연관된 사람들의 모임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실상은 학생운동 경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섞여 있다. 다만 “1970년대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함께 체험한 탓에 쉽게 의기투합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최근 40대의 정권 이반 가속화는 이들에게 큰 위기 요인이다. 이를 두고 ‘아침 이슬’ 의원들은 나름의 독특한 요인 진단과 처방을 시도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을 만났다.
-40대가 정권에서 이반하며 보수화하는 듯한데.
=1970년대 박정희 독재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억압의 체험을 두 차례나 짊어져야 했다는 40대의 독특한 역사 기억 때문이다. 박정희 말기에는 대학가에 형사들이 상주하는 억압적 분위기에서 눌려 지냈다. 40대 이전의 4·19, 6·3 세대 또는 우리 후배인 386 세대가 민주화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꿨다는 성공의 체험을 가진 반면에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학생운동을 해도 지하서클 수준에 머물렀기에 김민석씨 같은 ‘세대 상징성’을 갖춘 대중적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가정과 직장의 책임이 가장 무거울 때 IMF 사태를 겪었다. 실직과 폐업 등의 공포를 겪으면서 움추리게 됐다. 그런 체험 때문에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자 ‘우리는 또 안 되나 보다’라며 다른 세대 이상으로 불안감을 품고 강하게 보수화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어떤 처방으로 가려 하나.
=40대는 사실 두번 실패한 세대라기보다, 다음 세대의 성공을 두번이나 준비해준 세대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1970년대의 민주화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6월 항쟁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 아닌가. 이런 전제에서 1970년대 세대의 문화적 상징성을 발전적으로 되살림으로써 ‘40대 일으켜세우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 세대의 문제가 문화적 상징과 리더가 없다는 건데 그것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아침 이슬’은 이에 따라 12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민주화 세대의 역할’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우리 시대의 40대는 누구인가?’, 유기홍 의원이 ‘한국 정치 과정에서 민주화 세대’,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이 ‘세계 속의 한국과 민주화 세대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선다. 사회 각계의 40대 인사들을 초청해 1970년대 통기타 문화 등을 되살리는 친교의 시간도 갖겠다고 한다.
우원식 의원은 “이런 문화적 접근을 통해 40대가 ‘잃어버린 세대의 기억’을 되찾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위아래 세대에 끼어 고립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세대 갈등을 통합하는 중심으로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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