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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근태관리 좀 하시죠

등록 2004-10-21 00:00 수정 2020-05-03 04:23

천정배 땡땡이, 김덕룡 눈도장만 찍기… 여야 원내사령탑의 국감 출석률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국회 국정감사 기간 원내교섭단체 지도부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나간다. 오전 7시 반 국감대책회의를 시작으로 하루 평균 3∼4차례 회의를 하고 각 상임위를 순례하며 당 소속 의원들을 독려하는 틈틈이 외부인사도 만나야 한다. 그래서인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작 자신이 속한 상임위에는 얼굴만 내밀다 사라지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도 50% 출석률

천 원내대표는 3주간 열리는 국감의 전반·중반에 해당하는 10월4∼15일까지 소속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에 딱 한번 나타났다. 7일 오후 법제처 상대 국감 때 20분 남짓 자리에 앉았다 떠난 게 전부다. 15일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는 질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긴급하게 소집된 당 언론개혁 관련 회의를 이유로 끝내 불참했다. 서면질의서조차 내지 않았다. 천 대표쪽은 “다른 의원들에게 질의시간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10월20일께 발표 예정인 4대 개혁법안을 입안하고 조율하는 일이 워낙 바빠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천 대표에 견줘 꼬박꼬박 소속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 출석도장을 찍는 편이다. 그러나 시작 때 잠깐 얼굴을 내밀거나 본인 질의시간에 와서 1시간 남짓 머물다 가는 데 그친다. 14, 15일에 있었던 경기도청 국감과 국립재활원 시찰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14일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는 파주시 당 선거대책위 발대식에 참석했고, 15일엔 외부행사 방문이 이유였다. 그래도 김 대표쪽은 “역대 각당 원내대표들 가운데 이 정도의 출석률을 보인 사람도 드물 것”이라고 내심 자랑하고 있다.

원내사령탑이기 전에 한명의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에 충실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16대 국회까지 각당 지도부가 소속 상임위에서 열띤 질의를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질의를 하더라도 편의적으로 당 소속 다른 의원과 순서를 바꿔 하고 금방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여야가 앞다퉈 원내정당화를 표방하며 시작한 17대 국회의 첫 국감에서도, 기대와 달리 두 당 지도부의 행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국방위 소속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만 일단 국정감사장에 가면 자리를 뜨지 않아 당 소속 다른 의원들이 덩달아 몸을 비틀며 자리를 지키게 된다고 할 정도로 근태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런 박 대표도 출석률은 50%에 못 미친다.

4년 전인 2000년 경실련이 16대 국회 첫해 의정활동을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여야 지도부는 대부분 상임위 활동에서 최하위에 해당하는 ‘부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정창화 원내총무, 서영훈 민주당 대표와 정균환 원내총무,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김종호·홍사덕 국회 부의장은 상임위 출석·질의 횟수, 국정심의·정책대안 능력, 보고서 발간·토론회 참석 횟수 등을 계량화해 종합한 의정활동 평가에서 당직과 국회직을 고려한 가산점을 받고도 하위 10% 그룹에 속했다. 특히 이회창·홍사덕·정균환·김종필 의원은 소속 상임위에서 ‘실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예 한마디도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경실련은 이들을 겨냥해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의 기본적 본분을 생각한다면 분발이 요망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당시 상임위 활동 평가에서 천정배 의원은 ‘보통’, 김덕룡 의원은 ‘우수’, 박근혜 의원은 ‘다소 부진’ 판정을 받았다.

출석체크에 대한 눈치는 보는데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을 이끌고 있는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과거 여야 고위당직자들은 ‘일부러’ 저러나 싶을 정도로 상임위 활동이나 국감에 불성실했는데 17대 국회 여야 지도부는 ‘출석체크’에 대한 ‘눈치’는 그래도 보는 것 같다”면서 “제왕적 리더가 아닌 수평적 리더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려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수록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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