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팀장 될 수 있는 ‘팀제개편’… 본사 국 · 부장급 중 22.5%만이 팀장발령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번 KBS 팀장 인사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서열 파괴다. 과거 사다리식 승진 구조에 따른다면 차장은 15년, 부장은 18~20년이 지나야 순리에 따른 승진이었다. 하지만 7월30일 본사 팀장 98명 인사를 들여다보면 젊은 후배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듯한 형국이다.
98명의 팀장 중 차장급이었던 2직급 17명이 팀장을 맡았다. 과거 국장급(관리직급)은 18명이 팀장이 됐고, 나머지 부장급(1직급)이 63명이다. 과거 본사에서 일하는 국장·부장이 338명이었으므로 지역에서 올라온 국장·부장급 팀장 6명을 빼면 이 가운데 75명만이 본사 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본사 국·부장급 중 22.5%만이 팀장이 된 것이다. TV뉴스를 생산하는 부서인 보도본부를 보면 ‘젊은 팀장’이 도드라진다. 19개 팀 중 차장급인 2직급이 6명이다.
“올림픽 같은 국가적 대사를 이 정도 직원 갖고 어떻게 치르냐”고 국회에서 성토한 이원홍 사장 덕분에 공채 역사상 최대 규모인 300여명이 한꺼번에 입사해 이른바 ‘올림픽 기수’라고 불리는 11기 기수들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11기는 인원도 인원이려니와 전 직종에 고루 퍼져 있어 그동안 KBS 사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20대 초반 광주항쟁을 경험했고, 87년 민주화항쟁을 현장에서 취재했으며, 93년과 98년 사내에서 개혁안이 도출될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왔다. 보도본부의 6명 팀장이 11기 이하 젊은 후배들로 구성됐다.
1년 전까지만 해도 KBS에는 ‘차장고시’라는 ‘등용문’이 있었다. 필기시험은 사규 같은 간단한 것이었지만 인사고과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 윗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해가 갈수록 경쟁률이 치열해져 한때는 10:1을 기록하기도 했다. 붙은 사람은 기뻐서 마시고, 떨어진 사람은 속상해 마셔서, 과거에 ‘차장고시’ 시즌이 돌아오면 여의도가 일주일씩 술판이 벌어진다고 할 정도로 ‘차장고시’는 위력을 발휘해왔다. ‘차장고시’가 사라지고 어제의 부장이 오늘의 팀원이 되고, 오늘의 팀원이 내일의 팀장이 될 수 있는 팀제 개편은 서열 파괴라는 실질적 변화로 더욱 강력하게 조직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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