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도의 2월은 봄동 수확 철이다. 노지에서 겨울을 난 배추는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퍼진다. 해풍을 맞고 자라 달짝지근하고 사각거리는 맛이 좋다. 청산도는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고 눈이 내리면 금세 땅으로 스며든다.
수도권 수은주가 여전히 영하에 머무른 2023년 2월15일, 남도의 봄을 맞으러 성급한 길을 나섰다. 발길이 닿은 곳은 한겨울에도 영상 1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진다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된 섬에는 100리(42.19㎞)에 이르는 11개 코스의 슬로길이 있다. 슬로시티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했다.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른 섬에서 맞는 남도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구들장논과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길마다 섬마을의 속살이 느리게 다가왔다. 섬에 도착해 당리마을 언덕에 오르니 유채를 심는 주민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노지 밭에는 겨울을 이기고 자란 봄동 수확이 한창이다. 비탈진 산골짜기에 계단식으로 만든 좁은 논배미에는 보리 싹이 푸릇푸릇 자란다. 겨울색 갈대밭 한 귀퉁이로 초록빛 싹이 수로를 따라 파고든다. ‘느린 섬’ 청산도의 더딘 봄 풍경이다.

보리 싹이 돋기 시작한 마을 앞 ‘다랭이논’에 푸른색이 번지기 시작한다. 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 논배미는 ‘다랑논’이 표준어지만, 이곳 사람들은 예부터 ‘다랭이논'으로 불렀다.

당리 언덕에서 주민들이 유채를 심고 있다. 봄이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노란 유채꽃이 한가득 피어난다.

청산도의 상징 달팽이.

지리 해수욕장 옆 갈대밭 수로를 따라 푸른 싹이 돋고 있다.
청산도(전남 완도군)=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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