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똥가리 두 마리가 2월18일 오전 경기도 파주 한 아파트 앞 야산에 앉아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다. 평소 즐겨 앉던 목 좋은 자리와 달리 빽빽한 나뭇가지에 몸을 감춰 포식자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곳이다. 수릿과 새 중 몸집이 중간 정도 되는 말똥가리는 길이 125~137㎝의 폭이 넓고 끝이 갈라진 날개를 가지고 있다.
날이 밝아 커튼을 젖히면 아파트 창밖에는 어김없이 말똥가리가 날아와 앉아 있다. 경기도 파주시 한 아파트 창과 마주한 야산에서 가장 키 큰 나무는 겨우내 맹금류(육식성 조류) 말똥가리 차지다. 올해로 2년째다. 사방이 트인 목 좋은 자리여서 쉬거나 사냥감을 물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원래 멧비둘기와 까치가 모여 잠을 자던 곳이었다. 겨울이면 물까치와 어치, 콩새, 밀화부리가 보이고 고라니도 어슬렁댄다. 하지만 멀리 말똥가리가 모습을 드러내기만 해도 새들은 놀라 달아난다. 눈에 잘 띄는 곳에 포식자가 내려앉기만 해도 창밖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정도다. 더구나 말똥가리는 여러 마리가 함께 눈에 잘 띄지 않게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서 사냥감을 노리기도 한다. 물론 이 지역 터줏대감 까치나 까마귀는 말똥가리를 반기지 않는다. 어떻게든 귀찮게 해서 쫓아내고야 만다. 3월 들어 봄기운이 느껴지면서 겨울철새인 말똥가리가 귀향길에 올랐는지 더는 보이지 않는다. 말똥가리가 앉았던 나무는 이제 까치와 까마귀 차지다. 도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말똥가리가 다시 창밖에서 비상할 겨울이 벌써 기다려진다.

거실 창 왼쪽에 보이는 가장 키 큰 나무에 말똥가리가 내려앉는다. 아파트에서 새가 즐겨 앉는 나무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140m 정도다.

터줏대감 까치가 말똥가리가 앉은 곳으로 날아와 귀찮게 한다. 항상 여럿이 몰려다니는 까치와 까마귀는 동작이 빨라 말똥가리가 당해내지 못한다.

먹잇감을 찾아나선 말똥가리가 자주 찾는 곳은 아파트 주변 축사다. 사료를 탐내는 쥐와 작은 새들이 말똥가리의 표적이다.

창밖 너머 숲에 먹이를 찾아나선 고라니도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북한산을 배경으로 말똥가리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 활강하고 있다.
파주=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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