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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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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한 그 길

경북·강원도 4개 군에 이어진 ‘외씨버선길’ 보부상 다녔던 산길과 고택, 소설 속 배경 등 다채로운 테마를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어
등록 2015-04-23 21:43 수정 2020-05-03 07:17
경북 영양군 일월면 외씨버선길 일곱째길인 ‘아름다운 숲길’에서 길에 떨어진 산수유 꽃잎을 밟으며 걷고 있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외씨버선길 일곱째길인 ‘아름다운 숲길’에서 길에 떨어진 산수유 꽃잎을 밟으며 걷고 있다.

오래된 길엔 그 시간만큼 삶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그 길 끝에 있는 집들과 장터,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사연을 듣는다. 간혹 시인이나 작가가 그 길에서 영감을 받고선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조지훈의 시 ‘승무’ 중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처럼 맵시 있는 버선의 선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외씨버선길엔 그런 이야기가 참 많다.

경북 청송군·영양군·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의 4개 군으로 이어지며 총 13개 테마로 구성된 이 길에선 보부상들이 등짐을 지고 걸어다녔다는 산길과 장터, 사대부의 99칸 송소고택은 물론 김삿갓·오일도·조지훈의 시와 김주영의 소설 의 한 대목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내륙에 위치한 길이라 때론 숨이 차고 길이 없을 것같이 가늘게 굽이치는 순간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끝에선 언제나 푸근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길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으니 말이다.

이 길에서 4월25~26일은 영월군과 봉화군에서 5월16~17일은 청송군과 영양군에서 외씨버선길 걷기 축제가 열린다. 이번에 가면 봄꽃은 더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테고, 더 많은 이야깃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길벗들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훌훌 털고 한번 떠나봄이 어떨까.

경북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 자락의 춘양목 군락지로 춘양목의 솔향기를 맡으며 걸어가는 길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 자락의 춘양목 군락지로 춘양목의 솔향기를 맡으며 걸어가는 길이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외씨버선길 여섯째길인 ‘삼지연꽃테마단지길’에선 예전부터 이곳을 지키던 노송들의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외씨버선길 여섯째길인 ‘삼지연꽃테마단지길’에선 예전부터 이곳을 지키던 노송들의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외씨버선길 열둘째길은 김삿갓계곡을 따라 걷는 ‘김삿갓문학길’이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외씨버선길 열둘째길은 김삿갓계곡을 따라 걷는 ‘김삿갓문학길’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외씨버선길 넷째길이 지나는 선바위관광지의 벚꽃길.

경북 영양군 입암면 외씨버선길 넷째길이 지나는 선바위관광지의 벚꽃길.

청송·영양·봉화(경북)·영월(강원) =사진ㆍ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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