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엔 그 시간만큼 삶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그 길 끝에 있는 집들과 장터,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사연을 듣는다. 간혹 시인이나 작가가 그 길에서 영감을 받고선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조지훈의 시 ‘승무’ 중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처럼 맵시 있는 버선의 선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외씨버선길엔 그런 이야기가 참 많다.
경북 청송군·영양군·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의 4개 군으로 이어지며 총 13개 테마로 구성된 이 길에선 보부상들이 등짐을 지고 걸어다녔다는 산길과 장터, 사대부의 99칸 송소고택은 물론 김삿갓·오일도·조지훈의 시와 김주영의 소설 의 한 대목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내륙에 위치한 길이라 때론 숨이 차고 길이 없을 것같이 가늘게 굽이치는 순간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끝에선 언제나 푸근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길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으니 말이다.
이 길에서 4월25~26일은 영월군과 봉화군에서 5월16~17일은 청송군과 영양군에서 외씨버선길 걷기 축제가 열린다. 이번에 가면 봄꽃은 더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테고, 더 많은 이야깃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길벗들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 훌훌 털고 한번 떠나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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