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 줄인형을 직접 만들고 연출해 공연을 올리는 김종구(59)씨. 그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교한 목각인형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예술가다. 공연에 쓰이는 모든 인형을 전통 방식으로 나무를 깎고 파내서 만든다.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면 3년 정도 소요된다. 그만큼 힘들고 때론 다치기도 하는 작업이다.
공연에선 아내 송옥연(57)씨와 며느리 이슬기(29)씨가 연기 및 의상, 소품 등을, 아들 김해일(32)씨가 조명 및 기술 부분을 담당하며 마리오네트 전문 극단 ‘보물’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은 온 가족이 공연을 다니며 24시간을 함께 지낸다. 지금의 김종구씨를 있게 하고,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다 가족 덕분이다. 김종구씨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하기 전엔 손인형극을 오랫동안 해왔다. 인형을 만들어 극을 올려봤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제대로 된 마리오네트를 만들기 위해 45살에 러시아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아서 한 3년간 아내를 설득했죠. 당시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이놈이 방학 때 막노동을 해 100만원을 벌어와선 유학 가는 데 보태라는 거예요. 덥석 받으면서 ‘고맙다, 이게 가족이다. 네가 한 달 동안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을 내게 다 줄 수 있듯, 나 역시 내 모든 걸 네게 줄 수 있다’고 했어요.”
현재 그는 아들과 며느리가 극단을 꾸릴 수 있게 도와준 뒤, 자신은 극장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이나 인도 오지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행복한 예술가라고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열정이 있어야 해요. 돈이나 명예가 목적이 되면 안 되지요. 그럼 돈 버는 일을 해야지요. 예술은 하다보면 돈이 벌릴 수도 있고 안 벌릴 수도 있는데 그 막연한 길을 걸어가려면 좋아하지 않고는 할 수 없어요. 사람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해지거든요.” 끝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곤 있지만 마리오네트 전용 극장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경남 밀양 강가에 숲 속 극장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데 언젠가 그의 꿈이 뜻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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