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셨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1년 우리는 어떻게 지냈나요?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총체적 선거 개입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한마디의 사과와 수습안도 없이 버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던 대통령,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과 거짓 그리고 은폐의 추악함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급기야 종교계를 필두로 대통령직 사퇴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분노의 열기는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시대를 거스른 에너지 정책으로 희생된 시골 마을에 들어서는 송전탑과 이를 막으려는 노인들의 절규를 ‘강행’이라는 불도저로 밀어붙이더니 결국 한 촌로가 음독자살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조차 안 하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철도노조가 파업하자 하루 만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내쫓고 복귀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만이 정부가 가진 유일한 대책이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탑으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종탑으로,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다리 위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송전탑 위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굴뚝 위로…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면서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니, 더는 지상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쫓기듯 하늘로 올라간 것이건만 해결의 주체들은 애써 하늘을 외면했습니다. 기초연금·경제민주화 등 대선 때 남발했던 공약은 줄줄이 철회되거나 후퇴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돼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몇 개월 만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을 바꿀 수 있을까요? 출발부터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할 집권세력은 소통과 화합 대신 편가르기와 반목을 일삼으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향해 무차별적인 종북몰이를 해왔습니다. 21세기 세상은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변하고 있지만 2013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우리는 앞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하늘로 쫓기듯 올라가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슴 쓸어내리며 땅바닥을 딛고 사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안녕들 하셨습니까? 다가오는 2014년엔 안녕할까요?
윤운식 기자 yw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법원 “통상적 요청과 다르지 않아”
이재명 ‘위증교사’ 선고 앞둔 서초동…“검찰 탄핵” vs “법정 구속”
친자 인정한 정우성…29일 청룡영화제 예정대로 참석
[단독] 김건희 초대장 700명…정권 출범부터 잠복한 문제의 ‘여사 라인’
[속보] ‘위증교사 무죄’ 이재명 “죽이는 정치보다 공존하는 정치 하자”
유승민 “일본에 사도광산 뒤통수…윤, 사과·외교장관 문책해야”
‘겨울이 한꺼번에’…수요일 수도권 첫눈 예보, 기온도 뚝
[단독] 북파공작에 납치돼 남한서 간첩활동…법원 “국가가 18억 배상”
[사설] 의혹만 더 키운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해명
한동훈, 동덕여대에 누워 발 뻗기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