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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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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순간도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하늘로 내쫓기고 공약(空約)을 받아들고
은폐의 추악함 지켜본 한 해
등록 2013-12-24 15:38 수정 2020-05-03 04:27
지난 11월22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주최로 열린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 이후 개신교와 불교, 천도교 등 4대 종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직자 들의 집회가 줄을 이었다. 박승화

지난 11월22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주최로 열린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 이후 개신교와 불교, 천도교 등 4대 종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직자 들의 집회가 줄을 이었다. 박승화

안녕들 하셨습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 1년 우리는 어떻게 지냈나요?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총체적 선거 개입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한마디의 사과와 수습안도 없이 버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던 대통령,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과 거짓 그리고 은폐의 추악함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급기야 종교계를 필두로 대통령직 사퇴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분노의 열기는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시대를 거스른 에너지 정책으로 희생된 시골 마을에 들어서는 송전탑과 이를 막으려는 노인들의 절규를 ‘강행’이라는 불도저로 밀어붙이더니 결국 한 촌로가 음독자살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조차 안 하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철도노조가 파업하자 하루 만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내쫓고 복귀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만이 정부가 가진 유일한 대책이라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탑으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종탑으로,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다리 위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송전탑 위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굴뚝 위로…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면서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니, 더는 지상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쫓기듯 하늘로 올라간 것이건만 해결의 주체들은 애써 하늘을 외면했습니다. 기초연금·경제민주화 등 대선 때 남발했던 공약은 줄줄이 철회되거나 후퇴해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돼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몇 개월 만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을 바꿀 수 있을까요? 출발부터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어야 할 집권세력은 소통과 화합 대신 편가르기와 반목을 일삼으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향해 무차별적인 종북몰이를 해왔습니다. 21세기 세상은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변하고 있지만 2013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우리는 앞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하늘로 쫓기듯 올라가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슴 쓸어내리며 땅바닥을 딛고 사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안녕들 하셨습니까? 다가오는 2014년엔 안녕할까요?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아파트 단지 내 굴뚝에  오른 경비원 민아무개씨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2일 낮 서울 압국정 신현대아파트 굴뚝 앞에서 열려 해고 경비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철회와 무사귀환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아파트 단지 내 굴뚝에 오른 경비원 민아무개씨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2일 낮 서울 압국정 신현대아파트 굴뚝 앞에서 열려 해고 경비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철회와 무사귀환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충남 아산공장 인근 도로 6m 높이의 굴다리에서 농성 중인 홍종인 유성기업 노조위원장,

충남 아산공장 인근 도로 6m 높이의 굴다리에서 농성 중인 홍종인 유성기업 노조위원장,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왼쪽), 최병승씨가  1일 오후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오는 4일이면 농성 200일이다. 울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천의봉(왼쪽), 최병승씨가 1일 오후 울산 북구 명촌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오는 4일이면 농성 200일이다. 울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쌍용차 철탑 농성./2013.4.30/한겨레박승화

쌍용차 철탑 농성./2013.4.30/한겨레박승화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왼쪽) 여민희 씨가 6일 오전 재능교육 본사를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해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왼쪽) 여민희 씨가 6일 오전 재능교육 본사를 마주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해 `원직 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은평구 수색 차량기지에서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된 열차 앞으로 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정용일

서울 은평구 수색 차량기지에서 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된 열차 앞으로 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정용일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20131004/정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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