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영화가 있다. 생존과 권익을 위해 투쟁한 미국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이야기다. 영화에서 빵은 생존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을 상징한다. 노조 설립을 위해 싸우던 노동자들은 사용자를 향해 소리친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9월 노조를 만들면서 요구한 것도 빵과 장미였다.
“지금은 우리도 사람이다. 관리자들로 인해 청소노동자들끼리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기도 했다. 이제는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박정애 한예종분회장은 노조가 생긴 뒤 1년 동안의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노조가 생기기 전 청소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렸다. 용역회사 관리자들은 같은 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근무시간에는 커피 한 잔도 맘대로 마시지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언어폭력과 부당한 지시의 연속이었다. 관리자들은 청소노동자들이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다 하고 잠시 짬을 내 쉬고 싶어도 쉴 곳이 없어 화장실 한켠에서 쪼그려 앉아 쉬었다. 남의 눈에 띄지 않아야 했다. 매년 12월31일이 되면 불안감에 떨면서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용역회사는 재고용 여부를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청소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소모품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노조를 만들고 학교와 용역회사에 임단협을 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학교와 회사는 서로 협상 책임을 떠넘기며 노조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 노조는 선전전과 시설 점거농성을 벌이고 총장의 차를 막으면서 임단협을 요구했다. 어렵게 임단협이 체결된 뒤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시간당 임금이 4520원에서 5700원으로 인상됐다. 별관에는 없던 휴게실도 생기고 기존에 있던 휴게실에는 냉난방 시설이 설치됐다. 연차가 있어도 관리자들의 눈치가 보여 쓰지 못했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자기가 쓰고 싶은 날에 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됐다.
노조가 생기고 근무 여건이 좋아지면서 시설·경비·식당 노동자 등 다른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차례로 노조에 가입했다. 11월에는 노동부가 학교상조회에 속해 있던 식당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함에 따라 이들을 순차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학교 쪽이 약속했다.
새누리당 김태흡 의원은 지난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요. 어떻게 관리하겠어요?”라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 청소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박 분회장은 “우리를 소모품으로 취급하지 말아달라. 우리는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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