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여 년 전까진 한자 한자 글자를 골라 한장 한장 꾹꾹 눌러 찍는 활판인쇄소가 성행했다. 당시 책들은 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어느 집 낡은 책장에서 활판 인쇄된 책 한두 권쯤 먼지를 쓴 채 발견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활판인쇄소는 전국에 딱 한 곳,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출판도시활판공방’만이 남아 있다. 대표 박한수(45)씨가 10여 년간 전국을 돌며 초야에 묻혀 있던 주조공·문선공을 찾아내고 활판인쇄기와 주조기를 사모으면서 문을 열게 되었다. 이곳에선 작가의 원고가 들어오면 300~400℃의 납물로 한 자씩 활자를 만드는 주조, 원고를 보고 한자 한자 들어갈 글자를 고르는 문선, 인쇄할 종이에 맞춰 판을 짠 뒤 그 판에 활자를 넣는 조판 과정을 거쳐 인쇄기에 활자판을 올리고 한지에 인쇄를 한다. 요즘은 현대 시인 100명을 골라 100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총 40권을 만들었다. 과정마다 사람의 손을 거치다보니 한 권당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나온 책은 500년 이상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당 2만 장씩 찍어낸다는 컴퓨터 인쇄니 종이도 필요 없는 전자책이니 하는 시대지만 도톨도톨한 종이 질감을 만져가며 느릿하게 읽는 책 한 권의 여유가 왠지 절실해진다.
파주=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린샤오쥔 ‘금’ 위해…중국 팀 동료 ‘밀어주기’ 반칙 정황
시민 10만명, 체감 -10도에도 “내란 안 끝나” 분노의 집회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대학생들 극우 비판 시국선언 [영상]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당신은 치매 걸릴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txt]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박지원 “고래싸움에 새우 등? 대왕고래에 윤석열 등 터져”
“한국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린샤오쥔 응원하는 중국 [아오아오 하얼빈]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
500m 금 따고 통곡한 린샤오쥔…중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