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간다. 연말 송년회를 맞아 친구를 만나려고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을 찾았다. 지하철 건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와 남쪽으로 200m를 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빠지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600여m 길이의 거리에는 중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이른바 ‘건대 양꼬치 골목’이다. 거리를 걷자 숯불에 구워내는 양꼬치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행인들 사이로 중국어가 간간이 들려온다. 소문이 난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낯선 풍경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양꼬치전문점이 건대입구역 주변에 처음 생긴 때는 2001년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인 이학범(49)씨가 광진구 자양동에 ‘경성양꼬치’를 열었다. 장사가 잘되자 같은 거리에 ‘송화양꼬치전문점’ ‘원조연변양꼬치전문점’이 연달아 생겼다. 이학범씨는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에게 낯선 음식이었기 때문에 중국 동포와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했다. 한국인들이 한두 번 양꼬치를 먹어본 뒤 이제는 한국인이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씨는 건대입구역과 강남에 총 4개의 양꼬치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 인근 자양동에 본격적으로 양꼬치 거리가 형성된 때는 2008년부터다. 양꼬치가 유명해지고 한 번 찾은 사람들이 또다시 찾게 되자 20여 개의 양꼬치전문점이 짧은 시간 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 중국인 거리가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가게는 중국 동포가 운영하고 있다. 이 거리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온 이상훈(73)씨는 자양동에 거리가 형성된 이유로 “지금은 공장이 많이 없어졌지만 성수동 공장에서 일했던 중국 동포들과 건국대·한양대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집값이 싼 곳을 찾다 보니 이곳으로 많이 왔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은 ‘경성양꼬치’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가 동시에 들려왔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식당 안에 자리잡고 양꼬치를 굽고 있었다. 친구 3명과 함께 찾은 중국 유학생 뚜메이씨(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3)는 “고향 생각이 나면 친구들과 함께 양꼬치를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고 말했다. ‘건대 양꼬치 골목’이 중국 동포들에게는 향수를 달래고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된 셈이다.
연말을 맞아 특별한 송년회를 바란다면 ‘건대 양꼬치 골목’을 찾는 건 어떨까. 이 거리에는 양꼬치전문점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환전소, 중국 식품 전문점, 빨래방,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미용실 등도 있다. 흔하게 맛볼 수 없는 양꼬치를 먹으며 서울에서 이국 풍경에 빠질 수 있는 기회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양고기를 숯불에 굽고 있다. 양꼬치에 주로 사용하는 양고기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어린양 램이다. 양고기에 입히는 소스는 가게마다 다르지만 양고기 특유의 잡냄새를 없애주는 향신료 쯔란(커민)은 꼭 들어간다.
사람들이 비가 오는 날인데도 꼬치를 먹으려고 음식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중국어로 쓰인 간판이 즐비한 ‘건대 양꼬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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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뚜메이씨(맨 오른쪽)와 친구들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경성양꼬치’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중국 동포 이군철(38)씨가 운영하는 ‘태평양중국식품’의 유리창에 중국어가 가득 쓰여 있다.
‘송화양꼬치전문점’ 직원들이 양고기를 꼬치에 꿰고 있다.
‘경성양꼬치’ 외부 기둥에 중국인 가수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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