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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전임 시장이, 피해는 상인들이

서울시와 SH공사 간 책임 공방에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 중단…전임 시장의 무리한 추진이 원인, 손님 끊기고 공장 떠나 슬럼화
등록 2012-11-16 17:24 수정 2020-05-03 04:27
정밀기계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세운5구역의 한 도색공장. 주변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고 일감이 떨어지자 개점휴업 상태다. 공장 전체에 켜켜이 쌓인 색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정밀기계 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세운5구역의 한 도색공장. 주변 공장이 잇달아 문을 닫고 일감이 떨어지자 개점휴업 상태다. 공장 전체에 켜켜이 쌓인 색들이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전자산업의 초창기 시절 ‘세운상가에서 미사일도 만들 수 있을까’란 풍문이 돌기도 했던 영광은 사라지고 찾는 사람마저 뜸해진 세운5구역 상가 계단에 놓인 성인용품 간판이 스산해 보인다.

전자산업의 초창기 시절 ‘세운상가에서 미사일도 만들 수 있을까’란 풍문이 돌기도 했던 영광은 사라지고 찾는 사람마저 뜸해진 세운5구역 상가 계단에 놓인 성인용품 간판이 스산해 보인다.

주민 보상금 등으로 총 2150억원을 들여 2009년 철거한 현대상가 자리에 세워진 초록띠공원. 당시 시장이던 오세훈 시장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 뒤로 세운상가가 우뚝 서 있다.

주민 보상금 등으로 총 2150억원을 들여 2009년 철거한 현대상가 자리에 세워진 초록띠공원. 당시 시장이던 오세훈 시장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 뒤로 세운상가가 우뚝 서 있다.

세운5구역의 한 공장 벽면에 걸려 있는 작동을 멈춘 시계들이 세운 재개발지구의 현재를 말하는 듯하다.

세운5구역의 한 공장 벽면에 걸려 있는 작동을 멈춘 시계들이 세운 재개발지구의 현재를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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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많은 세운5구역 정밀기계 공장 골목의 쓸쓸한 풍경.

문을 연 곳보다 닫은 곳이 많은 세운5구역 정밀기계 공장 골목의 쓸쓸한 풍경.

33년째 이곳에 살며 청춘을 다 보냈다는 서재석(50)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33년째 이곳에 살며 청춘을 다 보냈다는 서재석(50)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서울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이 사업 당사자(서울시·SH공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2006년 10월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된 세운상가 일대는 현재 주민 보상금 등으로 총 2115억원(서울시 968억원·SH공사 1147억원)을 들여 재개발사업 1단계만 진행된 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오 전 시장 때 수립한 재개발계획엔 세운4구역에 최고 122m 건물을 짓도록 돼 있는데,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친다며 최고 높이를 69m로 낮추자 사업성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시민단체 등의 초고층 난개발 우려 등이 쏟아지자 서울시는 재개발계획 재검토를 이유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지금까지는 변경된 새로운 재개발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발지구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과 상인들의 처지가 곤혹스럽게 됐다. 세운4구역에서 35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최아무개(55)씨는 오 전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사업계획을 탓했다. “애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공원 앞에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없다는 것도 모른 채 사업계획을 수립한 오세훈 시장이 문제인 거지. 벌써 6년째 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 상권이 무너져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 세운5구역에서 33년째 정밀기계 공장을 운영해온 서재석(50)씨는 “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 장사가 잘 안 되자 임대료조차 부담스러운 공장들이 떠나 주변이 슬럼화되고 있다.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사업 당사자인 서울시와 SH공사가 하루라도 빨리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시행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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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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