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비단 두르듯 펼쳐진 차밭에서 점점이 흩어져 어린 찻잎을 수확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전국 최대 규모의 차 생산지인 전남 보성군 1천여 차 농가에서는 지난해 건염 처리로 891t을 생산했다.
뻐꾸기가 울고 이따금 장끼의 울음소리가 따뜻한 봄날. 대낮의 정적을 깨고 전남 보성의 차밭에서는 긴 겨울을 견뎌내고 대지의 정기를 듬뿍 담아 싹을 틔운 차를 따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시기에 따는 어린 찻잎을 ‘우전차’라고 부르는데, 명나라 장원의 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차를 따는 것은 그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이르면 맛이 온전하지 않고, 늦으면 싱싱함이 흩어져버린다. 곡우 전 닷새를 으뜸으로 삼으며, 곡우 지나 닷새가 다음가며, 다시 닷새 뒤가 또 그다음이다.” 기상이변으로 환경이 많이 바뀐 요즈음에도 옛 중국의 기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모르겠으나, 연한 초록색의 어린 찻잎을 따는 농민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차 농사는 요즘이 1년 농사의 절반을 넘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백종우 보성 백록다원 대표는 “득량만의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보성의 차 맛이 최고”라며 좋은 차를 마실 때 느껴지는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초록의 바다에서 유영하듯 차를 따는 아낙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보통 한 명이 하루 4kg 정도 수확한다.
바구니 가득 담긴 어린 찻잎이 연두색 보석처럼 빛난다.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수확한 찻잎과 함께 이동하려고 차에 탄 아낙들.
"그만 찍어. 고운 사람을 찍어야지" 하면서도 일손을 멈추지 않는 할머니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뾰족하게 돋은 찻잎이 참새의 혀만큼 자랐을 때 수확한다 하여 '작설차'로도 불리는 어린 찻잎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보성=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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