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진보신당 최백순 후보가 인사를 한다. 행인들은 무심히 지나간다. 그의 인사말은 여느 후보들과 다르다. “기호 16번 진보신당입니다.” 자기 이름은 없다. 정당 이름만 알린다. 여야의 두 거물이 맞붙은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선이 아니다.
그는 이번이 첫 출마다. 그간 후보자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당 사정이 좋지 않아 후보자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후보자가 없으면 지역에서 정당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정당투표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온 셈이다.
‘탈출! 비정규직·재벌·원자력 진보신당이 하겠습니다.’ 건네는 명함에 후보자의 이름보다 크게 쓰인 구호다. 진보신당의 4·11 총선 목표는, 그의 표현대로 “현실적으로 지역구 1석, 비례 1석”이었다. “지방에서는 우리 당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서울에서 5%를 해야 전국 3%가 가능합니다.” 그 비례 1석을 위해, 전국 23개 지역구에서 그와 같은 후보들이 뛰었다.
3%면, 약 70만 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은 전국에서 72만 표를 얻었고, 지방의회에 20명을 진출시켰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유권자들의 ‘보는 눈’이 다르다. 하지만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다. 그렇게 믿었다.
4월11일 밤, 그가 운영하는 서점에 차린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선거를 같이 치른 당원들과 개표 방송을 본다. 게걸음처럼 아주 느리게 올라가는 정당 득표수를 보며 ‘희망고문’이란다. 기대를 건 경남 거제 김한주 후보가 당선권에서 멀어진다. 정당 득표율은 1%선에서 움직임이 없다.
“이제 무당적자가 됐다.” 지지율 3%를 얻지 못한 정당은 등록이 취소돼 자동 해산된다. “70만 명의 믿음을 얻는 일이 정말 어렵네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없는 진보신당 당원들은 열심히 뛰었다. 선거 기간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와 한일병원 해고자 농성장을 함께 지켰다. 하지만 지지율 1%, 그게 유권자의 선택이고 현실의 벽이다. 최씨가 지난 5년 간 헌신했던 ‘진·보·신·당’은 이제 없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을 포기할까. 그는 여전히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래’를 꿈꾼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며,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칠흑 같은 밤, 컴컴한 육교 위로 최씨가 올라가고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최백순씨가 유세 일정 등 선거 전략을 점검하다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역구 안에서도 다세대 주택가, 재래시장, 중소상가 밀집지역은 특별히 더 노력을 들인다.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주말 서울 인사동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개표 결과를 보며 망연자실한 최씨와 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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