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 이용구(오른쪽)씨가 막내아들 이경동씨와 함께 단조(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일) 작업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인 이용구(77)씨가 3월20일 경남 거창군 두부자공방을 취재차 찾은 기자에게 맨 처음 한 말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용구씨는 7살 되던 해 남의 집 머슴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방짜 징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1천 도를 넘나드는 불을 다루고 하루 종일 방짜 징과 방짜 유기를 두들기며 얻은 것은 오직 세끼 밥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0년 만에 그곳에서 독립한 이용구씨는 징과 유기를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하자 방짜 징과 방짜 유기의 일감이 현격히 줄어 2년여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그 세월이 방짜 징과 방짜 유기를 절실하게 느끼게 했고, 결국 그는 다시 작업장에 나섰다. 70여 년을 한결같이 징을 만들어온 그는 1993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으로 지정됐다.
이용구씨는 이제 남은 생을 막내아들 이경동(47)씨에게 방짜 기술을 전수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평생 쇠를 두들겨 얻은 관절통증을 이겨내며 마지막 투혼을 아들과 함께하고 있다. 아들의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까지 고유의 방짜 기술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거창=사진·글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이용구씨의 수제자들이 달군 방짜 쇠를 두들겨 형태를 만들고 있다.
이용구씨가 아들 이경동씨에게 징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단조 작업을 기계화한 모습.
놋쇠 표면을 깎아 특유의 색깔을 내고 있다.
이용구 선생과 아들 이경동씨가 운영하는 ‘두부자공방’의 혼례용 술잔 세트.
식기 세트.
이용구씨가 징의 소리를 조율하는 울음잡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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