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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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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구두 만드는 노인

사고로 오른팔을 잃고 17년째 장애인을 위한 구두를 만드는 장인 남궁정부씨… 모양도 사연도 제각각인 5만 켤레의 맞춤 신발
등록 2012-02-29 16:53 수정 2020-05-03 04:26
사고 뒤 한 손으로 다시 구두를 제대로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는 남궁정부씨가 구두 안감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밝게 웃고 있다.

사고 뒤 한 손으로 다시 구두를 제대로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는 남궁정부씨가 구두 안감을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 밝게 웃고 있다.



“아마도 하늘이 내게 이런 신발을 만들게 하려고 (내가) 사고를 당한 게 아닌가 싶어요.” 17년째 장애인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수 구두를 만들어온 구두 장인 남궁정부(73·세창정형제화연구소 소장)씨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1955년부터 1995년까지 30년간 예쁜(?) 구두를 만들던 남궁씨는 1995년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었다. 평생 구두를 만들어오던 그에게 이 사고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구두를 만들던 제게 오른팔을 잃는다는 것은 전부를 잃은 거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구두를 만드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장애인이 되고 나니 비로소 그들의 불편함을 알게 됐고, 그 뒤로 쭉 이 길을 달려왔죠.”
남궁정부씨는 그동안 2만여 명의 고객에게 5만 켤레의 구두를 만들어줬다.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넉넉한 미소를 짓는다.
“내 몸이 움직이는 날까지 장애인을 위한 구두를 만들 겁니다.”
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남궁정부씨가 구두를 맞추려고 찾아온 손님의 발 모양을 석고로 뜨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남궁정부씨가 구두를 맞추려고 찾아온 손님의 발 모양을 석고로 뜨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세창정형제화연구소에서 구두를 만드는 직원들은 대부분 남궁정부씨와 오랜 동지다. 남궁정부씨가 외피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과 작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창정형제화연구소에서 구두를 만드는 직원들은 대부분 남궁정부씨와 오랜 동지다. 남궁정부씨가 외피 작업을 하고 있는 직원과 작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상에는 의외로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다. 남궁정부씨 책상에는 장애를 지닌 고객들의 발 모양 석고상이 늘 가득하다.

세상에는 의외로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다. 남궁정부씨 책상에는 장애를 지닌 고객들의 발 모양 석고상이 늘 가득하다.

남궁정부씨가 구두의 형태를 다듬으려고 기계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남궁정부씨가 구두의 형태를 다듬으려고 기계로 작업을 하고 있다.

남궁정부씨가 고객의 주문 사항이 적힌 주문서에 구두 모형을 대보며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남궁정부씨가 고객의 주문 사항이 적힌 주문서에 구두 모형을 대보며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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