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을 둘러싼 벽./2012.2.14/한겨레21박승화
이상한 벽이 길을 막는다. 높고 길다. 돌아갈 길도 없어 보인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바람도 넘지 못하고 벽에 부딪쳐 울음소리를 낸다. 공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것 같은 하얀 벽. 무엇을 지키려고, 무엇을 막으려고 있는 벽일까?
여기에는 본디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분명히 이쯤에서는 바다가 보여야 한다. 보았었다. 검은 구럼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파란 바다 위 범섬의 풍경에 찬사를 올렸었다. 시선은 갇히고 말문은 막혔다.
제주 강정마을은 주로 귤 농사와 해산물 채취를 주업으로 한 가족 같은 공동체였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해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해줄 것이라는 정부의 말에 주민들은 둘로 갈라졌다. 지금은 한 가족 같던 주민 사이에도 벽이 놓여 있다. 강정에서 태어나 한 번도 마을을 떠난 적이 없는 할망도 이 벽 앞에서는 외부 불순세력이다.
이 기괴한 흰 장벽은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다.
제주=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벽은 마을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바짝 붙어서 이어져 있다.
벽을 따라가다 보면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유일한 출입문이 있다.
강정포구 방파제에서는 공사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열이면 아홉은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강정천 하류 지역에는 아직 벽이 서 있지 않다. 대신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날카로운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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