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이 겨우 조막만 한 빛을 털어놓은 이른 새벽. 학교 중앙의 너른 마당은 짐꾸러미를 둘러멘 학생들의 웅성거림과 낡은 픽업트럭의 달달거리는 엔진 소리로 들썩거렸다.
“추웁 크니어 팰 크라오이.”(다음에 다시 만나요.)
“솜 어쿤 치란, 록크루.”(정말 고마워요, 선생님.)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이들과 이미 트럭에 올라탄 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이들의 인사말이 여기저기 둥둥 떠다녔다. 맞잡은 손바닥이 여러 겹으로 포개지며 서로의 체온이 섞였고, 금세 촉촉해진 눈물방울이 게으른 먼동을 부추겨 사방 사물들의 잠을 깨웠다.
350여 일.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기간에 함께한 친구들이 이별의 몸짓을 나누며 쌓인 정과 아쉬움을 주고받았다. 입학식을 치른 게 불과 며칠 전 같은데 어느새 긴 시간이 흘러 헤어져야 하는 날이 됐다. 어제까지 매일 되풀이되던 아침 인사가 오늘은 눈물 속에 치러졌다. 지난밤 늦은 시간까지 요란스레 벌어졌던 송별파티 때까지만 해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반테아이 프리에브’(Banteay Prieb). 1991년 설립된 ‘비둘기센터’라는 뜻을 지닌 캄보디아의 장애인 재활학교가 지난해 12월 20주년 졸업식을 치렀다. 오랜 내전을 치른 캄보디아에 가톨릭예수회 구호기관인 JSC(Jesuit Service Cambodia)가 만든 이 학교는 지금까지 1500여 명의 장애인들에게 직업교육을 해왔다. 처음에는 지뢰 피해자들의 자립을 도우려는 기술교육센터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신체 장애를 가진 학생들까지 범위를 넓혔고, 매년 100명 넘는 학생들이 입학해 전자수리·기계수리·재봉·농업기술 등의 1년 과정과 2년 과정의 목조각 기술을 배워 사회로 진출해왔다. 오랜 내전을 치르며 피폐해진 상황에서도 재활과 자립의 의지가 담긴 이들의 졸업식을 사진에 담았다.
프놈펜(캄보디아)=사진·글 임종진 사진가 stepano0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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