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옥련 할머니가 지난 5월15일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2살. 고인은 전북 무주 출신으로 1941년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라바울섬에 강제로 끌려가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습니다. 1944년 해방 직전에 귀국한 박옥련 할머니는 대전에 정착했다가 1996년부터 나눔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 뒤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매주 참석하셨습니다. 2007년에는 미국 하원에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의 조속 통과를 위한 영상편지를 발송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의 진실을 밝히고 사과와 배상을 관철하려고 온 정성을 다해 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오늘날까지 일본의 진실 외면,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관심으로 사과와 배상의 외침은 메아리없이 허공을 떠돕니다. 그래도 박옥련 할머니 이젠 편안히 가십시오. 힘들고 괴로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세요. 할머니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할머니의 평생 소원이던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과와 배상을 꼭 이루어내고, 나눔의 집에 남아계신 할머니 8분도 잘 모실 게요. 명복을 빕니다. 사진·글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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