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창평면 삼지내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고택이 있는 낡은 담장을 따라 걷고 있다.
주민들이 장터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마을길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면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나온다. 나지막하고 이끼 낀 담장 사이로 구불거리며 도는 길들이 마냥 정겹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마을. 1510년 전 백제 때부터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됐다.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 ‘그레베인키안티’(Greve in Chiantti)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슬로’(Slow)가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가 아니라, 환경·자연·시간·계절을 존중하고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임을 알려준다.
느림은 불편한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일을 배우는 것인데, 이곳 삼지내마을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몸으로 체험하며 살아왔다. 창평슬로시티추진위원회 위원장 송희용(55)씨는 이렇게 말한다. “느리다는 것은 남에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바쁘지 않으니 욕심이 없고, 느림의 미학으로 서로 나누고 공유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며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꾸리기 바빠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도시 사람들에게, 자연과 함께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삼지내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지향해야 하는 삶의 한 모습일지 모르겠다.
담양=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반사경에 비친 삼지내마을 담장은 각진 곳 없이 곡선으로 흐른다.
이른 아침 한 할머니가 마을을 나서고 있다.
전남 담양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우시티'
고택의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전남 담양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우시티'
전남 담양 창평면 삼지내마을 '슬로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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