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2절)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갈전리 하장초등학교 갈전분교. 삼척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댓재를 넘어 1시간여를 달려야 다다르는 곳. 중봉산 자락 끝에 자리잡은 학교 옆으로는 중봉계곡에서 시작한 물이 골지천을 이뤄 흐르고, 이 물은 정선까지 흘러 조양강과 합쳐진다. 이 학교 최태헌·민지 쌍둥이 남매와 김은지양은 2월15일 광동리 하장초교에서 열린 제72회 졸업식에서 본교생들과 함께 를 불렀다. 이들은 갈전분교의 마지막 졸업생이다. 갈전초교 64회 졸업생. 이들의 졸업으로 갈전분교는 본교에 통폐합된다. 1943년 5월1일 개교해 1990년대까지는 추동·중봉 등 2개 분교를 거느렸던 갈전초교는 1999년 9월1일 하장초교 갈전분교가 됐고, 그로부터 11년6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68년 동안 모두 1380명이 졸업했다.
“글쎄요….” 3명 모두 그러고는 끝. 졸업생들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 눈치다. “그걸 어떻게 말해요.” 학교가 없어지는 아쉬움과 새 학교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 중 어느 것이 더 크냐는 물음에 오빠·언니들의 졸업으로 혼자 남게 된 남영희(8)양은 말끝을 늘이고 몸을 꼬며 부끄러워했다. 기대감이 더 크다는 뜻일 게다. “슬픈 일이죠.” 지난 1년 동안 이 4명을 가르친 황경순 교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갈전초교 11회 졸업생 남진훈(65) 갈전초교 총동창회장은 “어린 학생들이 없어져 폐교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도 공간은 남겠지만 이제 ‘학교’는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100년 만에 내린 큰 눈이 녹고 운동장의 흙이 드러날 때쯤이면 태헌이와 민지, 은지는 하장중학교에서, 4학년이 되는 영희는 하장초교 본교에서 새 친구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될 무렵에는 사라진 학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3절)
삼척=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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