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군사 요충지인 키르기스스탄에서 다시 한번 ‘튤립 혁명’(또는 레몬 혁명·이곳에서 튤립과 레몬이 많이 나는 데서 유래)이 일어났다.
2005년 부패한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을 축출한 1차 튤립 혁명의 주역인 쿠르만베크 바키예프(61)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신의 부패와 무능으로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났다. 지난 4월6일 시위가 시작된지 하루 만의 일이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정부 요직에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을 앉히는 등 부정부패를 일삼고 전기·난방 등 공공요금을 지난 1월 최고 5배까지 올려 시민의 반발을 불렀다. 이번 시위로 야당은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보건부는 74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1차 튤립 혁명 당시 바키예프 대통령의 동지였던 로자 오툰바예바(59) 야당 지도자는 2차 튤립 혁명 사흘째인 4월8일 바키예프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며 자신이 6개월 동안 헌법 개정과 민주적 대통령 선거를 준비할 과도정부인 ‘국민의 정부’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형 비행기를 타고 수도 비슈케크를 탈출한 바키예프 대통령은 러시아 라디오 방송에서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미국과 러시아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2001년 키르기스스탄 수도 북쪽에 마나스 공군기지를 세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한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2003년 마나스 기지 주변에 칸트 공군기지를 세워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지키려 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양국의 움직임을 이용해 경제 원조나 기지 사용료 등 실리를 챙겨왔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반면, 미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키르기스스탄 전역을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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